중국이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연일 초강경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경제분야에선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영토주권만큼은 타협불가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15일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이 18일 진행될 대만해협 실탄사격훈련과 관련해 “대만 독립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마 대변인은 “우리는 결연한 의지와 충분한 자신감과 능력으로 어떠한 형식의 대만 독립ㆍ분열행위도 좌절시킬 것”이라며 이번 훈련이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에서 실탄훈련을 실시하는 건 대만 총통선거 직전인 201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2016년 초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후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압박하며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이나 주력 전투기 편대의 경고성 항해와 비행은 수 차례 진행했지만 대만해협에서 직접 실전훈련을 실시한 적은 없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훈련을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행정원장(총리)이 최근 독립 지지자를 자처하며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데 대한 답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상 분쟁 이후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건드릴 것에 대비해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중국은 앞서 보아오(博鰲)포럼(8~11일) 기간에 하이난(海南) 인근 해역에서 랴오닝 항모전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지난 12일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의 해상 열병식도 거행했다. 시 주석이 대외적으로 개방 확대 메시지를 발신하는 내내 무력시위도 병행한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이난은 중국 개방정책의 상징적인 지역이면서 동시에 대한해협ㆍ남중국해와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여서 잠수함 기지 등 각종 군사시설이 밀집된 곳이다. 개혁ㆍ개방 확대라는 명분 속에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서 하이난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도가 내재된 셈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만해협에서의 실전훈련과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을 거의 동시에 발표한 것은 미국이 무역전쟁 다음 타깃으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건드릴 경우 결사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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