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도 발뺌ㆍ변명 같아”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쓴소리
국회의사당 앞에선 “내각 총사퇴”
3만여명 몰린 대규모 시위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3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학스캔들과 육상자위대 일일보고문서 은폐 의혹으로 연일 궁지에 처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 중 한 명이 등을 돌린 것이다.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도 이어지면서 올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당선돼 총리직 3선을 노리는 아베 총리의 앞날에 먹구름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4일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민당 총재 선거 전망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3선은 어렵다. 이미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며 “무슨 말을 해도 발뺌이나 변명으로 들린다”고 말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아베 총리의 3선 여부가 달려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매각 의혹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특혜에 관여했으면 총리도 의원직도 그만두겠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모리토모학원이 건립을 추진하던 소학교 명예회장으로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취임했던 것과 관해서도 “어떻게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또 2015년 4월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당시 총리비서관이 에히메(愛媛)현 직원 등을 만나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총리 안건’이라고 말했다고 나온 기록을 거론하며 “기억보다는 기록이 정확하다”고 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이 “내가 기억하는 한 (에히메현 직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일갈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14일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선 아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아베 정권은 퇴진을’, ‘제대로 된 정치를’이라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날조ㆍ은폐는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0여명의 시민들은 비가 내린 저녁까지 남아 LED(발광다이오드) 촛불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 안팎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이번 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에 따라 자민당 총재 3선 출마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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