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확전 우려… 서방 동맹국 간 입장차도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보복 공습에 대한 신중론이 고개를 들면서 미국의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 동맹국들도 군사 공격 지원을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며 혼란을 빚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각료 및 국방부 지도부와 안보회의를 열었다. 회의 직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공습 관련)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시리아를 언제 공격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즉각적 보복 공습에 대한 국방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아직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썼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날 안보회의에서 매티스 국방장관이 보복 공습을 위해서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신중론의 주된 이유는 시리아 보복 조치가 시리아의 동맹국인 러시아 및 이란 등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군사 긴장 고조를 예방하는 동시에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만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후 미국이 시리아 공습에 나설 경우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러시아군 기지로 자국 전투기를 은닉하고 미국이 공습할 경우 시리아 내 미국 주둔지를 공격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협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 간 의견 조율 문제로 시리아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화학무기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프랑스와 영국이 군사 작전 동참 의사를 밝힌 반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