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 시도에 쓰인 물질이 “신경작용제가 맞다”고 12일(현지시간) 확인했다. 해당 물질의 명칭이나 출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으나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언급, 앞서 영국이 밝힌 대로 문제의 신경작용제가 옛 소련이 개발했던 ‘노비촉’인 것으로 드러났음을 시사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영국 정부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가 있는 OPCW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OPCW는 보도자료에서 “환경ㆍ의학ㆍ생물학적 샘플 분석 결과,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유독성 화학물질의 정체에 대한 영국 정부의 조사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어 “매우 높은 순도의 물질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보도자료는 기밀 사항을 제외한 언론 공개용 조사 보고서여서, 스크리팔 부녀를 의식 불명 상태로 만든 화학물질의 정확한 이름은 담고 있지 않았다. 공격을 수행한 주체에 대한 OPCW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러시아 정부의 개입 여부도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자체 조사결과가 국제기구에서도 상당 부분 인정을 받은 만큼, 이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는 영국 정부 주장은 한층 더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BBC는 “신경작용제 제조 능력을 국가에 의해 검출 화학물질이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그 출처는 결국 러시아라는 주장도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건 직후부터 러시아 측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던 보리스 존슨 영 외무장관은 OPCW 발표가 나오자 “오로지 러시아만 그 수단과 동기, 기록을 갖고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대체 가능한 다른 설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은 OPCW 보고서를 토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으며, 이 사건에 대한 안보리 회의는 다음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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