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하는데도 급여와 처우에서 구조적으로 우월한 대우를 받아온 정규직이 스스로 급여를 삭감, 비정규직 동료를 지원하는 사례가 일본에서 나왔다.
13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2007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한 일본 우정그룹이 정규직에 지급해 온 주거수당을 올해 10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주거수당 포기로 조성된 자금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데 사용하겠다는 의도다.
우정그룹 산하 4개 회사는 정규직 5,000여명에게 주거수당 명목으로 월세는 최대 2만7,000엔(약 27만원), 자가 거주의 경우는 구입 후 5년간 월 6,200~7,200엔(6만2,000원~7만2,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폐지하면 이들 정규직 직원은 개인당 연 최대 32만4,000엔(약 324만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조치는 민간 단일노조로는 일본 최대인 우정그룹 노동조합(약 24만명)이 올 봄 임금투쟁에서 자발적으로 요구하면서 가능했다. 직원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정규직에 지원하던 주거수당과 부양수당 등을 비정규직에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이유로 정규직에게 주거수당은 폐지를 역제안했다. 노조 측은 당초 강력 반발했으나 향후 10년간 현 지급액의 10%씩 줄이는 경과 조치를 마련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고려하면서도 기득권 이익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게 아니라 사회 정세를 바탕으로 현 수준이 타당한지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조합 간부 측도 “초임을 비롯한 젊은 세대의 기준 내 임금 인상 외에도 수당 폐지나 삭감에는 일정한 경과 조치를 인정하면서 타결했다”고 설명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이번 국회에 제출한 근로방식 개혁 법안의 골자 중 하나다. 후생노동성의 가이드라인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통근수당 등 각종 수당에 차이를 두지 않도록 하고 있다. 법률이 통과하면 일본 우정그룹과 같은 움직임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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