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대어’로 불리는 ING생명을 두고 국내 대표 금융지주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MG손보와 KDB생명, 롯데손보 등도 상황에 따라선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규모 31조4,000억원의 업계 6위 ING생명이 M&A 시장의 가장 매력적인 대상으로 꼽힌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어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적은 게 강점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계 생보사는 지점 중심 방카슈랑스인 반면 ING생명은 설계사 중심의 조직력이 탄탄해 향후 (은행과) 시너지 구축이 가능하다”며 “지급여력비율(RBCㆍ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도 업계 최고수준(455.3%)”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인수를 통해 ‘금융권 1위’를 노리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모두 생보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인수 여력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8위 신한생명을 계열사로 둔 신한금융은 그간 회계법인을 통해 ING생명 실사작업을 진행하다 최근 이를 중단한 상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지난해 말 “생명보험쪽이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보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이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 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을 맡았던 허정수 국민은행 부행장을 KB생명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주목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ING생명 브랜드 사용 기간이 올해 말 끝나기 때문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을 때 파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신한생명(총 자산 29조7,000억원)과 합쳐져 자산이 60조원에 달하게 된다. 4위의 NH농협생명(63조7,000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KB금융이 인수하면 KB생명(17위ㆍ9조1,000억원)도 자산 규모 40조원의 업계 5위로 오른다. 앞서 지난달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인수를 마무리해 통합 미래에셋생명을 출범하며 업계 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지분 59.15%의 시가는 2조원을 훨씬 웃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3년 말 ING생명을 1조8,400억원에 매입했다.
MG손해보험도 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MG손보에 추가 증자 대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MG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A→BBB)하면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KDB생명과 롯데손보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KDB생명은 매각을 추진하다 불발된 2014년 이후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초 KDB생명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롯데손보는 롯데의 지주사 전환이 가속화할 경우 매각돼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금산분리)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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