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을 30만명에서 26만명으로 대폭 낮췄다. 상품ㆍ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한은은 하반기엔 고용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연 3% 성장 전망은 유지했다.
한은은 12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3.0%, 내년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월 전망치와 같은 수치다. 이환석 조사국장은 “올해 국내경제는 세계경제 호조로 수출ㆍ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취업자 수, 경상수지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1.7%)보다 0.1%포인트 낮은 1.6%로 낮아졌다. 축산물 가격 하락, 유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연초부터 물가가 1%대 초중반에 머무는 등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취업자 수 증가폭(26만명)은 직전 전망치보다 4만명이나 줄었다. 이 국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올해 들어서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기업 구조조정과 한파까지 겹쳐 연초 고용시장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에 따라 경상수지(상품+서비스 수지) 흑자폭도 지난해 785억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70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다만 하반기에는 고용이 되살아나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3.1%)에 이어 3%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1,2월만 해도 전년 대비 40% 이상 적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3월 들어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7개월 연속 증가세인 수출과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의 호조가 지속되면 상반기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반론도 적잖다. 한은도 인정했듯 대내적으로는 고용 부진과 취약업종 구조조정,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내외 금리차 확대 등 경기회복 흐름을 가로막을 잠재적 변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성장률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던 건설경기가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설비투자를 주도해온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시장의 호황이 하반기부터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3%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및 부동산시장 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부채와 더불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지출 측면에서 믿을 것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인데 정부가 상정하는 규모(4조원)는 효과를 내기엔 작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은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다”며 미중 무역갈등 영향을 전망치 산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우리나라의 1, 2위 수출국이라는 점, 고용 및 내수 부진 속에 수출이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양국 무역전쟁 현실화는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회의록에서 위원 대부분이 “물가가 수개월 내 목표수준(2%)에 도달할 것”이라고 동의, 미국 기준금리(연 1.50~1.75%) 인상 가속화 전망을 강화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동결했다. 한미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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