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기지 장병 근무환경 개선공사를 위해 12일 장비 반입을 시도했으나 일부 주민과 반대단체 회원들의 반발로 불발했다.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에 부담을 느낀 군 당국이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주민 측은 사드 기지 안에 감시 인원 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은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향후에도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날 별도 입장을 통해 “사드 기지 내 장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위한 원활한 인원과 차량 통행에 대해 16일 주민 측과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방부는 기지 내 장병 생활관 지붕과 오수 처리 시설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들 반대가 거세자 장비 반입을 일단 15일까진 중단키로 하고 상황을 봉합했다. 다만 주민 측은 지난해 11월 이미 반입돼 녹이 슨 포크레인 등 중장비 반출을 위한 트레일러 12대의 통행은 보장키로 했다.
이날 주민 측 반대농성은 군 당국과 경찰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일부 주민들과 반대단체 회원 등 150여 명은 이날 오전 5시쯤부터 사드 기지 진입로에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 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각형 철제 빔을 격자형으로 용접한 뒤 그 사이에 들어가 그물을 쓰고 저항했다.
경찰은 3,000명이 넘는 경력을 배치해 결집한 주민 해산을 시도했다. 주방용 가위로 그물을 자르고, 농성자 1인당 경찰 3~4명이 붙었지만 서로서로 몸을 묶은 농성자들을 떼어내는 데 실패했다. 해산 과정에서 주민 3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농성자들은 경찰이 철수를 결정한 오후 2시쯤 “우리가 승리했다”고 외쳤다.
국방부는 공사 장비 반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폐수 처리 문제도 있고 위생시설도 문제가 있고 지붕도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사드 반입 이후 기지에는 한국군과 미군 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주민 측은 기지 내 장병 생활 여건 보장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콘크리트 패드 등 발사대 공사 자재가 반입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인원 1명을 기지로 들여 보내달라는 게 주민 측 요구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사드 기지를 민간인에게 공개하라는 요구를 주한미군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주=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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