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말 톺아보기] 말귀

입력
2018.04.12 16:28
29면
0 0

‘말귀가 밝다’, ‘말귀가 어둡다’, ‘말귀를 알아듣다’ 등에 나오는 ‘말귀’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말귀가 밝다/어둡다’란 표현을 ‘귀가 밝다/어둡다’란 표현과 관련지으면, ‘말귀’를 ‘말을 알아듣는 귀’라는 구성에서 비롯한 합성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말귀’를 ‘말(言)’과 ‘귀(耳)’로 분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말귀를 알아듣다’란 표현에 쓰인 ‘말귀’는 ‘말(言)’과 ‘귀(耳)’의 합성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말귀’의 ‘귀’를 인체의 부분인 ‘귀’로 보게 되면, ‘말귀를 알아듣다’의 뜻이 ‘말의 내용을 이해하다’임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귀를 알아듣다’에서 ‘말귀’는 ‘말의 내용’에 대응하는 표현인 것이다. 그렇다면 ‘말귀를 알아듣다’에서의 ‘말귀’를 ‘말귀가 밝다/어둡다’에서의 ‘말귀’와 다른 말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할 때 길잡이가 될 말이 ‘언구(言句)’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말귀’의 세 번째 뜻을 ‘말의 구절’로 풀이하고 그 유의어로 ‘언구’를 제시했다. 이때 ‘말귀’의 ‘말’은 ‘言’에 ‘귀’는 ‘句’에 대응하는데, 이를 보면 ‘언구’는 ‘말귀’와 ‘말의 내용’을 연결 지을 고리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전 맞춤법에서는 ‘한 토막의 말’인 ‘句節’을 ‘귀절’로 표기했으니, ‘말귀’를 ‘말(言)’과 ‘귀(句)’의 합성으로 보는 건 자연스럽다.

‘큰 사전’(1957)에서는 ‘말귀’를 ‘남의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명’으로만 풀이하였다. 그런데 이후 나온 사전에서 ‘말의 내용’, ‘말의 구절’ 등의 뜻이 추가되었다. ‘말의 구절’을 줄인 ‘말귀’를 접한 사람들이 이를 ‘말을 알아듣는 귀’인 ‘말귀’를 연상하며 써온 결과일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