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가 밝다’, ‘말귀가 어둡다’, ‘말귀를 알아듣다’ 등에 나오는 ‘말귀’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말귀가 밝다/어둡다’란 표현을 ‘귀가 밝다/어둡다’란 표현과 관련지으면, ‘말귀’를 ‘말을 알아듣는 귀’라는 구성에서 비롯한 합성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말귀’를 ‘말(言)’과 ‘귀(耳)’로 분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말귀를 알아듣다’란 표현에 쓰인 ‘말귀’는 ‘말(言)’과 ‘귀(耳)’의 합성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말귀’의 ‘귀’를 인체의 부분인 ‘귀’로 보게 되면, ‘말귀를 알아듣다’의 뜻이 ‘말의 내용을 이해하다’임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귀를 알아듣다’에서 ‘말귀’는 ‘말의 내용’에 대응하는 표현인 것이다. 그렇다면 ‘말귀를 알아듣다’에서의 ‘말귀’를 ‘말귀가 밝다/어둡다’에서의 ‘말귀’와 다른 말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할 때 길잡이가 될 말이 ‘언구(言句)’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말귀’의 세 번째 뜻을 ‘말의 구절’로 풀이하고 그 유의어로 ‘언구’를 제시했다. 이때 ‘말귀’의 ‘말’은 ‘言’에 ‘귀’는 ‘句’에 대응하는데, 이를 보면 ‘언구’는 ‘말귀’와 ‘말의 내용’을 연결 지을 고리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전 맞춤법에서는 ‘한 토막의 말’인 ‘句節’을 ‘귀절’로 표기했으니, ‘말귀’를 ‘말(言)’과 ‘귀(句)’의 합성으로 보는 건 자연스럽다.
‘큰 사전’(1957)에서는 ‘말귀’를 ‘남의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명’으로만 풀이하였다. 그런데 이후 나온 사전에서 ‘말의 내용’, ‘말의 구절’ 등의 뜻이 추가되었다. ‘말의 구절’을 줄인 ‘말귀’를 접한 사람들이 이를 ‘말을 알아듣는 귀’인 ‘말귀’를 연상하며 써온 결과일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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