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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헌법에 동물보호” 한 마디에 눈물 흘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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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헌법에 동물보호” 한 마디에 눈물 흘린 이유

입력
2018.04.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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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아침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동부산관광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돌고래 수족관 설립계획을 반대하는 집회에 가는 길이었는데, 평소 동물보호에 열심인 한 국회 보좌직원이 문자로 뉴스 링크를 보내왔다. “대박이지요?”라는 한 마디와 함께.

뉴스에서는 정부 개헌안의 내용을 발표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보호에 대해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광화문 역까지 몇 번을 되감아 듣는 목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렸다. 그만 지하철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고 말았다.

▲필자를 지하철에서 울게 만든 조국 민정수석의 3월 20일 1차 정부 개헌안 발표 영상.(4분 10초부터) KTV국민방송 유튜브

"헌법에 '동물보호'?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22일 공개된 정부 개헌안 제38조에는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도대체 헌법에 문장 하나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렇게 눈물까지 쏟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를 차에 매단 채 달리거나 잔혹한 방법으로 길고양이를 죽이는 동물학대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은 ‘동물보호법 강화’를 주문한다. 수차례 개정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동물보호법은 현장에서 동물을 지킬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법에서 동물을 생명보다 사람의 재산으로 보는 시각은 생명을 침해하는 동물학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재물손괴죄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기 일쑤다.

동물학대는 심리적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치료 없이 해당 동물이나 다른 동물을 기르면 동물학대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지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학대당한 동물을 격리할 수는 있으나 보호비용을 납부하지 않는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유권을 제한할 수 없다. 2016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동물보호법 발의안에 대해 “현행 법제도상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고 재산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의 사유로만 제한할 수 있다. 동물보호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헌법에서 동물보호 정책 시행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면 이런 모순점들을 바로잡을 희망이 생긴다. 또한 동물학대 뿐 아니라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당연시 되어왔던 생매장, 살처분,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내모는 실험, 전시산업 등에서 동물의 처우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점검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보호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정부 조직개편 및 인력과 예산 확충을 주문할 헌법적 근거가 생긴다. 동물보호활동가의 입장에서는 가슴 뛰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라!

8개 시민단체가 모인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은 지난해 10월 15일,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에 맞춰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헌법에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8개 시민단체가 모인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은 지난해 10월 15일,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에 맞춰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헌법에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작년 10월 동물권연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 〮비인간 권리를 위한 사람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바꿈,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핫핑크돌핀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상 가나다순) 등 8개 단체는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개헌동동)’을 발족했다. 국회와 시민을 대상으로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해야 하는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국민개헌넷에 개헌안을 제출했고, 국회 개헌특위에 메시지 보내기, 서명운동 등의 대 시민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꼭 동물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매우 높다. 3월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개헌안에 대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8,788명 중 501명(응답률 5.7%)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 개헌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64.3%로 집계됐다. 대통령 개헌안을 지지하는 국민청원도 2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상황을 보면, 이번 기회에 개헌이 가능하기나 할지 참 답답한 상황이다.

나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동물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에 지쳐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대우받는 나라의 국민이고 싶은 열망. 생명이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열망이 모이면 우리나라도 ‘사람과 동물이 모두 살기 좋은 나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헌법에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일은 그 도약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의 서명운동 포스터. 개헌동동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의 서명운동 포스터. 개헌동동

▲개헌동동에서는 헌법에 동물권 명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서명은 4월 17일 직접 국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명 링크를 클릭하시면 서명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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