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 갈수록 치열
추경안과 빅딜 물밑 협상 기류도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4월 임시국회 정상화 해법도 더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참여형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를 골자로 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측은 “방송법 개정을 무산시키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이에 “방송 개입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서면서 여야간 비난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완전히 독립된 공영방송 사장, 이사진 선출을 보장하는 방식마저 야당은 거부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거부는 기존의 추천방식을 고수하면서 공영방송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국정농단에 의해 장악된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리려는 개혁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공영방송 인사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원천 배제하는 내용의 방송법 대안을 야당에 제안했다. 안심 전화번호 추출을 통해 100인 이상 200인 이하 규모의 국민추천위원회를 꾸려, 이들로 하여금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후보 추천 이후에는 현행법과 마찬가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방안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민주당의 제안을 “포퓰리즘적 인기투표에 그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시도”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6년 박홍근 의원 대표 발의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해 놓고도 정권이 바뀌자 이를 무산시키려 꼼수를 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자신들이 제출한 방송법안 개정을 스스로 거부하고, 그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민주당 측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면서 “지금과 그때가 다른 것은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각을 세웠다.
야당이 처리를 주장하는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해 13명으로 구성하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인사권을 여야 일방이 아닌 국회 다수파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당장은 “여당이 되자 말 바꾸기를 한다”는 공격을 막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야당측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4월 임시국회내 매듭짓겠다는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 등과 추경안 처리를 맞바꾸는 여야 물밑협상 기류도 감지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