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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북 공연 정인 “현송월이 ‘오르막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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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북 공연 정인 “현송월이 ‘오르막길’ 좋다고”

입력
2018.04.11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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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인이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에서 '오르막길'을 부르고 있다. 정인은 "이젠 웅장한 현악 연주 없이 불러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방북 공연 후 곡에 쌓인 무게감을 살짝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MBC 방송 캡처
가수 정인이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에서 '오르막길'을 부르고 있다. 정인은 "이젠 웅장한 현악 연주 없이 불러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며 방북 공연 후 곡에 쌓인 무게감을 살짝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MBC 방송 캡처

“원샷입니다.” 지난 3일 북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우리 가수 환송 만찬에서 정인(38)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와 정인에게 직접 술을 따라주며 술을 권했다. “저 단장님, 술이 남았는데요?” 원샷을 권한 현 단장이 정작 자신의 술잔에 술을 남기자 정인이 농을 던져 분위기를 띄웠다. 남ㆍ북 예술인들의 만찬 자리가 그만큼 격의 없었다는 뜻이다. 정인의 말에 현 단장은 웃으며 잔을 비웠다. 정인은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현 단장이 ‘‘오르막길’ 좋더라’ ‘노래 너무 잘한다’며 격려해줬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을 나눴다.

정인은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 직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도 만났다. 정인은 “볼 거라 예상을 못 해 놀랐다”며 “뉴스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가수 정인(가운데)이 지난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합동 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한 가수와 사전 연습을 하며 '얼굴'을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가수 정인(가운데)이 지난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합동 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한 가수와 사전 연습을 하며 '얼굴'을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정인은 ‘봄이 온다’에서 노래 ‘오르막길’을 불렀다. 정인이 북한에서 노래하기는 처음이다. 평양이란 특별한 무대와 맞물려 곡이 지닌 이야기는 빛을 발했다. 앞으로의 여정이 고될 테지만, 서로 여태 고생해 온 만큼 좀 더 힘을 내자는 내용이 남ㆍ북의 현 상황과 맞물려서다. ‘오르막길’을 부르기 직전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연주에 맞춰 정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허밍으로 부른 뒤라 동행의 여운은 더했다.

정인은 “객석 반응을 걱정했는데 진지하게 곡에 귀 기울이는 관객이 여럿 보여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북한 안내원을 비롯해 현지 음악인들도 ‘오르막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곡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 시작 전 회견장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인은 “연인들의 얘기로 소소하게 시작한 곡에 평양 공연 등 여러 의미가 붙어 노래에 힘이 생겼다”며 “내게도 의미가 남달라졌다”고 했다. 가수 윤종신이 작사한 ‘오르막길’은 음반 ‘2012 월간 윤종신 6월호’에 담겨 6년 전 세상에 나왔다.

정인은 숙소인 고려호텔 내 상점에서 흰색의 매운 닭발과 햄 등을 사 지난 4일 귀국했다. 정인은 "배 속을 파 그 안에 배추를 겹겹이 넣은 '배속김치'가 시원하게 맛있더라"고 했다. 옥류관에서 맛본 평양냉면에 대해서는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 올려 식초를 뿌린 뒤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방식이 우리와 달랐다"며 "면 식감도 매끈하고 맛있더라"는 얘기도 들려줬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인은 숙소인 고려호텔 내 상점에서 흰색의 매운 닭발과 햄 등을 사 지난 4일 귀국했다. 정인은 "배 속을 파 그 안에 배추를 겹겹이 넣은 '배속김치'가 시원하게 맛있더라"고 했다. 옥류관에서 맛본 평양냉면에 대해서는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 올려 식초를 뿌린 뒤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방식이 우리와 달랐다"며 "면 식감도 매끈하고 맛있더라"는 얘기도 들려줬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2001년 밴드 지플라의 보컬로 데뷔해 2002년 리쌍 1집 수록곡 ‘러쉬’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정인에게 이번 방북 공연은 “잊지 못할 꿈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나요’를 북측 음악인들과 함께 부를 땐 “울컥” 했다. 정인은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합동 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한 가수 김옥주, 송영과 손을 잡고 우리 노래 ‘얼굴’을 함께 불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방북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기도 했다. 정인은 “만찬에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른 북한 가수 송영과 다음에 만나면 10절짜리 곡을 부르자며 짧은 무대를 서로 아쉬워했다”고 공연 뒷얘기도 들려줬다.

정인은 ‘가을이 왔다’를 기대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우리 측에 올 가을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란 이름으로 공연을 하자고 해 관심을 산 ‘봄이 온다’ 후속 무대다. 정인은 “공연이 성사된다면 북측의 음악인들을 다시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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