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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 오래 근무케…” 판사들 건의에 향판제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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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 오래 근무케…” 판사들 건의에 향판제 부활 논란

입력
2018.04.1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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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 판사 대표들이 한 지역에 장기간 근무하는 ‘권역법관제’를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대법원에 건의했다. 지역 유지와 유착 우려 등으로 2014년 폐지된 ‘지역법관제’를 4년 만에 명칭을 바꿔 부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좋은 재판과 법관전보인사ㆍ권역법관제도’라는 제목의 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법원 내 상설기구로 발돋움한 법관회의가 지난 9일 첫 회의에서 제도 관련으로는 1호로 의결한 안이다. 의결안을 보면 ▦법관 전보인사 최소화 ▦법관 의사에 기초한 장기근무제 시행이라 돼 있다. 인사 등 사법행정권의 중앙집권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역 정서를 반영한 좋은 재판을 제공하기 위해 권역법관제의 조속한 시행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실렸다.

일선 판사들은 잦은 보직인사 변동은 업무 연속성을 떨어뜨려 신속한 사법적 판단을 원하는 국민에게도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 서울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쟁점이 복잡한 민사소송 등에서 2년 넘게 걸리는 재판이 많은데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면 더욱 사건이 적체된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대법원의 인사로 2, 3년 단위로 경향 각지로 법원을 옮겨 다닌다. 법관회의에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증인 신문을 아무리 하면 뭐하느냐. 잦은 인사가 나서 후임 재판장이 결국 서류만으로 판단하는 ‘조서 재판’이 될 때가 많다”며 “현행대로라면 사건 당사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전체 맥락을 살피는 좋은 재판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판사는 “임지(근무지)를 자주 옮기며 겪게 되는 주거ㆍ양육문제 등으로 판사들이 재판에 집중 못하면 결국 사법서비스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4년 전 폐지된 ‘향판제’(지역법관제)의 사실상 부활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법관대표회의 요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지역법관제는 ‘황제 노역’(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일당 5억원 노역장 유치 판결) 논란으로 불거진 ‘향판 폐지’ 여론으로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이 없앴다. 서울 소재 법원 민사부 부장판사는 “지역법관제는 지연ㆍ학연 등의 연고관계 문제나 전관예우 우려를 불식할 제도 추진을 깔고서 장기간 숙고할 사안”이라며 “여론이 싸늘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판사 사찰 의혹, 법원행정처 권한 남용 등 굵직한 현안에 관해 열띤 논의를 하지 않고 결국 판사 개개인의 이해가 걸린 인사문제에 우선 치중한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법관회의 측은 “표결에 이를 의안이 이 건을 포함해 3건에 불과했고, 다른 논의 대상은 시간적 제약 등으로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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