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유령주식’매도 행태가 확인되면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황당한 실수와 그릇된 탐욕이 빚은 해프닝으로 여겨졌지만 점차 자본시장 신뢰를 뒤흔든 중대 사건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매도금지’가 공고된 뒤에도 매도에 나선 직원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공분을 사고 있다. 제 회사에도 서슴지 않고 해를 끼치는 마당에 고객 돈에는 오죽하겠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 자산을 굴려 수익을 얻는다. 그 중에서도 증권사는 주식 위탁 매매나 매매 중개 등이 주된 업무다. 고객의 재산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고객과의 신뢰가 존립의 근간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증권 임직원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좀도둑’ 같은 모습을 보였다. 착오 배당된 주식을 팔아 치운 16명 중 9명이 매도금지가 공고된 오전 9시45분 이후 20분 사이에 매도를 자행했다. 간부들도 다르지 않았다. 선임(대리)급부터 팀장급까지, 심지어 공정하고 정확한 기업 분석정보를 내는 게 업무인 애널리스트까지 그랬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10일 이번 사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시스템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주식 28억주가 전산상으로 발행돼 거래될 수 있었던 사실이나, 착오 배당이 이루어진 지 37분이나 지나 거래중지가 이루어졌을 정도로 사고 대응시스템을 결여했다는 점 등이 그 근거일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공매도를 아예 없애라는 감정 섞인 청원이 며칠 새 20만건 넘게 쇄도하기도 했다.
시스템 정비는 당연하다. 하지만 ‘포졸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옛말처럼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직무에 상응하는 직업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삼성증권과 비슷한 사태는 다른 증권사나 금융사에서도 언제든 빚어질 수 있다. 심심하면 불거지는 금융사 직원의 고객돈 횡령 사건, 만성적 불만사항인 증권사의 고객 위탁계좌 불성실 거래 등도 따져보면 모두 직업윤리가 희박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 사장단은 10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방안과 내부통제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쉽사리 한탕주의에 기울 정도로 해이해진 증권사 내부의 기강과 임직원의 직업윤리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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