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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결단 임박” 시리아 공격 예고… 미-러 충돌 위기

입력
2018.04.10 18: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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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국대사 “러, 학살 막을 수 있었다”

러시아는 “화학무기 공격은 없어” 반박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서 격돌

미 구축함 시리아 해역 이동… 보복타격 준비

이스라엘은 이란 견제용 시리아 군비행장 공습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요 추정 공격과 관련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된 9일 바실리 네벤자(오른쪽)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요 추정 공격과 관련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된 9일 바실리 네벤자(오른쪽)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시리아 국민에게 화학 무기를 떨어뜨린 ‘‘괴물(Monste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이 분별없는 학살을 막을 수 있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은 없었다. 서방이 러시아를 지목한 것은 매파적이고 천박하다.”(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시리아 화학무기 추정 공격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상호 비방만 거셌다.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제출한 화학무기 추정 공격의 진상조사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할 뜻을 밝혔다.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신(新)냉전 수준의 갈등이 고조되는 한편 중동의 오랜 앙숙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도 본격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공방은 수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1대를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 행동 준비에 나섰다. 앞서 마감 시한까지 못박아 시리아 공습을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10일 이번 주로 예정된 중남미 순방을 취소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파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병력 철수 주장으로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빼는 듯 보였던 미국이 다시 개입하면서 주변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특히 이번 화학무기 사태를 계기로 다시 증폭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스라엘은 전날 시리아 중부 홈스에 있는 T-4 군용 비행장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고 이란 장교 4명이 사망했다. 이에 이란 최고 지도자의 최측근 인사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수석보좌관은 10일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 이스라엘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국영 IRNA통신에 “T-4 공군기지 공습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범죄행위”라면서 “이슬람 공동체의 적, 특히 시온주의 정권과 그 조종자(미국)에 맞서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CNN 등 미 언론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습을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대 반정부’ 구도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8년째 접어들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이 개입된 열강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스라엘은 이란군의 시리아 영토 주둔에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에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시리아 내 미군 주둔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고 앞으로 시리아 사태 후속 조치에 대한 지렛대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이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시리아를 둘러싼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갈등 고조로 ‘신냉전’ 시대를 맞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시리아 정부를 비호하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직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으로 러시아와 맞붙고 있는 영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만약 (화학무기 공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포함한 후원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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