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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란듯… 자유무역 보따리 푼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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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란듯… 자유무역 보따리 푼 시진핑

입력
2018.04.10 17: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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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개방하고 투자제한 완화

자동차 관세인하ㆍ지재권 보호 강화 등

미국 요구사항 대폭 수용 ‘러브콜’

미-중 무역전쟁, 협상국면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보아오=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보아오=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개혁ㆍ개방 청사진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개방 의지로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공세에도 상당한 성의를 표시한 것이어서 격화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진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에서 개혁ㆍ개방을 ‘제2차 혁명’으로 규정한 뒤 “중국 인민은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호혜ㆍ공영의 개방 전략을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세계는 개방형 경제를 추구하고 다자 무역체계를 수호함으로써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가야 한다”며 “중국의 개혁ㆍ개방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수입관세를 낮추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시장 진입과 관련해 서비스업, 특히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업의 외국자본 투자 제한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보험업 개방 절차를 가속하고 외자 금융기구의 설립 제한을 완화하며 금융기구의 대중 업무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시장감독관리총국을 설립했으며 상반기 내에 외자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에 대한 수정 작업도 마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올해 자동차 수입관세를 상당히 낮추겠다”고 밝힌 뒤 “중국 인민의 수요를 고려해 관련 상품의 수입을 늘리고 해당 관세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금융시장 추가개방과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는 미국이 그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의 사례로 언급해온 것이어서 미국 측이 이를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 주석이 “국가지식재산권국을 재편해서 지재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 특색 자유무역항 건설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구체적인 후보지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낙후한 도서지역에서 가장 개방되고 활력 있는 지역으로 성장한 하이난이야말로 개혁ㆍ개방 40주년의 중요한 증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하이난성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홍콩처럼 상품과 자본, 인적자원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연설 말미에 “선진국이 정상적 하이테크 제품의 무역 제한을 중단하고 대중국 하이테크 제품 수출의 제한을 완화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역시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제품 수출 제한을 겨냥한 측면이 커 보인다.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전 세계에 개방 의지를 적극 천명했다”거나 “개혁ㆍ개방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발언이 인민의 마음을 울렸다”는 등 시 주석을 찬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개혁ㆍ개방 확대 조치는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국의 압박에 따른 타협책이란 평가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2001년부터 매년 4월 하이난성에서 개최되는 보아오포럼은 아시아권 국가ㆍ기업ㆍ민간단체 간 교류와 협력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아사이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11일까지 진행될 올해 포럼은 시 주석 2기 체제 출범 후 첫 외교행사인데다 개혁ㆍ개방 4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규모로 치러지고 있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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