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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ㆍ휴게ㆍ흡연 등 직원이 시간표 짜고…임금 양보해 인력 추가 채용 ‘절충안’도

입력
2018.04.10 1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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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이미 주 52시간 시행

근무단축 시범운영ㆍ파격 실험 등

직원ㆍ일감마다 맞춤형 해법 모색

“업무 자동화ㆍAI 대체 빨라질 것”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대비 움직임이 분주하다. IT업계 대기업들은 직원의 회사 출입 기록과 자율적인 휴게시간 등을 감안해 52시간 이내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10일 서울 SK텔레콤 본사 건물에 한 직원이 사원증을 대고 들어가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대비 움직임이 분주하다. IT업계 대기업들은 직원의 회사 출입 기록과 자율적인 휴게시간 등을 감안해 52시간 이내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10일 서울 SK텔레콤 본사 건물에 한 직원이 사원증을 대고 들어가고 있다. 배우한 기자

SK텔레콤 서비스 매니저 김모(32)씨는 지난 9일 오후 4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지난주 야근으로 더 근무한 2시간을 이날 근무시간에서 제한 것이다. 이달부터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한 SK텔레콤은 직원들이 2주간 총 80시간 안에서 근무 일정을 직접 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주 50시간을 일했다면, 이번 주엔 30시간만 일해도 되는 식이다. 김씨는 “이제 시행 2주 차지만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하도록 설정해 놓은 직원이 꽤 된다”며 “내 사정에 맞춰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진작부터 꾸준히 근무시간을 줄여온 터라 대다수 기업은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위기다. 다만 업무상 특수성이 있는 부서, 조직에까지 일률적으로 52시간 상한을 적용하는 건 문제라는 불만이 들린다. 제도 정착 여부는 시행 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거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근무시간 단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최근 호황을 누리는 업종들이다. 전자ㆍ정보통신(IT)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올해 초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적용하고 있다. 7월 본격 시행에 앞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들 회사는 직원들의 하루 중 실제 근무시간을 정밀 측정해, 주 52시간이 넘는 직원마다 맞춤형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출입 시 찍는 사원증으로 기본 근무시간을 측정하는 한편, 사내에서 휴게나 흡연 시간 등은 직원 본인이 직접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 1월부터 사원증으로 출퇴근 시간을 측정하면 비근무시간은 직원이 알아서 빼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KT는 사내 포털사이트에서 ‘업무시작’과 ‘업무종료’ 버튼을 개인이 누른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돌리는 중화학 업계는 강화될 근무요건을 이미 지키고 있다. 작년과 올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화학업계 공장엔 4조 3교대가 정착돼 있다. 하루 24시간을 8시간씩 3개조가 나눠 맡는데, 주당 평균 42시간 꼴이어서 52시간 근무 의무화엔 걸림돌이 없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의 포항ㆍ광양 제철소엔 4조 2교대 근무가 시행 중이다.

불황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는 일감 부족 때문에 ‘반강제’로 52시간 근무를 충족한 경우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휴직도 모자라 추가 감원까지 고려 중이어서 초과근무는 언감생심”이라고 전했다.

드물지만 인력을 보강해 근무시간을 줄인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직원 500명을 추가 채용해 충북 진천ㆍ음성공장의 3조 3교대 체제를 4조 3교대로 바꿔 1인당 근로시간을 주 56시간에서 42시간까지 줄였다. 회사는 추가채용 비용을, 직원들은 평균임금 10% 감소를 각각 양보해 만든 절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업어주고 싶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의 ‘주 35시간’ 파격 실험에 자극 받아 매장 운영시간을 줄이고,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앞당기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세계는 실제 이마트 직원의 주 35시간 근무를 위해 매장 마감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현대백화점은 점포 직원의 퇴근시간을 30분 앞당기기로 했다. 대신 대다수 직원이 퇴근하는 오후 7시 30분~8시 사이는 점포당 10명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를 대신한다.

이밖에 불필요한 회의와 문서 최소화, 퇴근 후 PC 강제 종료 및 사무실 소등 등도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보편적 정시퇴근 유도방안이다.

다만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우려는 적지 않다. 예행연습까지 하는 사무직의 경우엔 어떻게든 52시간 이내 유지가 가능할 거로 보이지만, 연구개발, 영업, 고객 응대 조직에선 줄어드는 근무시간만큼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대규모 공장시설의 경우, 가령 ‘정기 보수’ 기간엔 인력이 2배로 더 투입되는데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인력을 보강하려 해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고민”이라며 “향후 불경기에 접어들면 지금 같은 근무 간격을 유지하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상적인 해법인 인력 충원보다, 단순 업무는 자동화나 인공지능(AI) 등으로 대체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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