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로인 세종로 한가운데 놓여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얻었던 광화문광장이 지금보다 3.7배 커진다.
광화문광장은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확장돼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매머드 광장'이 된다.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 자리에는 서울광장(1만3,207㎡)의 3.4배 크기 역사광장이 새로 조성된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공동 발표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거대한 중앙분리대같이 단절된 공간을 통합하고, 한양도성·광화문의 역사성을 회복해 보행 중심 공간으로 새롭게 만드는 게 핵심 방향"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확대를 위해 우선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아예 없애고, 미국 대사관·KT 사옥 쪽에만 양방향 차로를 조성한다. 이에 따라 기존 10차로가 6차로로 축소된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는 2만4,600㎡ 규모의 '시민광장'으로 거듭난다. 서울시는 이곳을 문화공연이 상시 열리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율곡로 일부도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해 지금은 도로로 덮여있는 공간을 '역사광장'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광장은 1만8,840㎡에서 6만9,300㎡가 돼 지금보다 3.7배 커진다.
역사광장에는 경복궁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월대(月臺·궁중 건물 앞에 놓고 각종 의식에 이용하던 넓은 단)를 복원하고, 월대 앞을 지키던 해태상도 원래 위치에 놓는다. 이곳에선 수문장 교대식을 등 다양한 전통문화행사를 연다.
광화문 앞 월대는 중요 행사 때 국왕이 출입하며 백성과 만나는 장소였으나 일제가 월대 위로 도로(사직·율곡로)를 내면서 훼손된 상태로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의정부와 육조 터를 역사거리로 조성하고 동·서십자각을 복원하는 안도 함께 추진한다.
역사광장 조성을 위해 사직·율곡로 차로를 축소하는 대신 정부서울청사 뒤편의 새문안로5길을 확장해 차량이 역사광장을 우회하게 만든다.
광화문광장 확대와 함께 서울 한복판 도심 교통체계가 획기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T'자였던 세종로와 사직·율곡로가 'ㄷ'자형이 되면 교통 정체는 피하기 어려워진다.
서울시는 도심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해 교통량을 일부 감축시키고 교차로를 최소화하면 도로 체계를 바꾸더라도 지금보다 평균 시속이 1km정도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 9월부터 전문가들과 '광화문 포럼'을 구성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세종로의 지상 차로를 아예 없애버리고 지하화해 광화문광장을 '온전히 비운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도로 지하화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다 시간도 오래 걸려 차로 축소·우회로 조성안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앞으로 시민·전문가 토론회, 주민설명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후 8월 설계공모를 통해 광화문광장 재편 계획을 구체화한다.
광화문광장 확대 공사는 2020년 1월 시작해 2021년 5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2009년 조성된 서울의 대표 광장이 12년 만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확대 공사에는 총 995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숭례문, 서울역까지 걷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하 보행 길을 연결하는 방안을 도로 개편과 연계해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은 주변 지역과 단절된 탓에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지금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앞으로는 광장이 돼 시민이 걷고 즐기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의 위기 때마다 시민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구한, 일상의 민주주의가 약동하는 곳"이라며 "시민들이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장된 공간에서 충분히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과 광화문광장 확대의 연관성에 대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확대를 청와대 이전과 별개로 추진했다며 청와대 이전이 공론화되면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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