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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다른 각도에서 본 대통령 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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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다른 각도에서 본 대통령 개헌안

입력
2018.04.10 15: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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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체성ㆍ국가안보 관련 조항 유지돼

군 인권 및 문민통제 원칙 확고히 수용

국가안보회의 구성과 활동 개편할 필요

헌법은 국가의 정체성과 통치구조 골격을 담은 기본법이다. 개별 국가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갖고 있는가를 아는 데 그 나라 헌법만한 기본자료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말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독자적 개헌안을 제출하였고, 향후 국회에서 각각의 개헌안을 바탕으로 권력구조나 기본권 확대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1987년에 공포된 현행 헌법은 당시의 시대정신에 따라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를 규정한 바 있다. 다만 30여 년 간 운용되면서 대통령 권한의 비대화가 문제로 지적되었고, 복지와 환경 등 기본권에 대한 국민적 요망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른 개헌의 필요성은 충분히 사회적 공감을 얻은 듯하다.

다만 지금까지 개헌 논의에서는 권력구조나 대통령 개헌안이 밝힌 경제관련 조항의 사회주의적 색채 여부 등에 관심이 집중된 듯하다. 국제정치와 국가안보를 연구하는 학자 입장에서는 개헌안, 특히 전문이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가 정체성이나 국가안보 관련 조항이 어떤 지속성과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가 중요한 관심거리다.

국가정체성 관점에서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담긴 중요한 내용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 개헌안 전문은 대한민국이 국내적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항구적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명언하였다. 그리고 본문 제5조에서도 대한민국이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과 대외정책으로서의 국제평화주의에 관한 현행 헌법의 조문과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특히 대통령 개헌안 제3조 1항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하여, 현행 헌법의 영토 조항도 그대로 계승하였고, 대통령에게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성실히 노력할 의무’도 유지시켰다. 사실 영토 조항에 대해서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그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즉 북한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여, 현행 헌법의 영토 조항을 변경하자는 논의가 진보진영 및 일부 헌법 학계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개헌안이 현행 헌법의 영토 조항을 그대로 계승하고,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통령의 성실한 의무 조항도 유지한 것을 일관된 국가정체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싶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변화를 추구한 조항으로서 다음과 같은 점들이 눈에 띈다. 국방의 의무를 규정한 제42조 2항에서 국가가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과, 제93조와 제94조에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현역 군인이 임명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이 두 조항은 그간 문제가 되어온 군대 내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요망을 반영하고, 아울러 미국이나 일본 헌법 등에서 강조되어온 문민통제 정신을 강력하게 수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가정체성 및 국가안보에 관한 현행 헌법의 정신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군 인권 개선이나 문민통제 등의 요소를 새롭게 반영하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개헌안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국회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사항을 식별하고, 헌법이나 기타 관련법 개정에 반영하는 추가적 노력이 경주되기를 바란다. 예컨대 헌법상 대통령의 국가안보정책을 보좌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국가안보회의의 구성과 활동을 안보상황에 부응하여 발전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헌안에서도 국가안보정책의 주요 행위자로서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국무위원들의 안보정책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군대 내 인권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망을 국군조직법이나 군인복무규율 등에 새롭게 반영하는 노력도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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