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일제히 중단했다. ‘유령주식’이 발행되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삼성증권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임직원에 대한 개별 문책이 곤란할 때 기관에 내리는 문책처분)나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10일 “삼성증권 배당 사고로 거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직접운용과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운용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우선 삼성증권과의 직접운용 거래를 끊었다. 이 관계자는 “위탁운용 거래까지 완전히 제한할지 여부는 삼성증권의 후속 조치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도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사학연금은 매 분기 진행되는 평가를 통해 6월 말 거래 증권사를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도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거래 재개 여부는 금감원의 결정이나 다른 기관 동향 등을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중징계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태를 직원 개인 실수로 돌리면 안 된다”며 “가능한 빠른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투자자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된 다음 기관차원에서든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든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이날 오후에는 주식 거래 시스템 현장 점검 차원에서 한국투자증권 본점영업부를 방문했다. 그는 주식배당 업무 처리와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임직원 자기 매매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과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자체 점검 시스템 운영 상황 등도 점검했다. 또 일반투자자의 불만과 우려 사항 등도 청취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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