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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증거 조작, 검ㆍ경 누가 거짓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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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증거 조작, 검ㆍ경 누가 거짓말 하나

입력
2018.04.10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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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 연합뉴스

“아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밝히기는 어려웠다고 봅니다. 그 당시에는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열린 이철성 경찰청장의 출입기자 간담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이 청장이 기자들을 상대로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며칠 전, 검찰이 공개적으로 지적한 ‘어떤 문제 사건’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 청장이 거론한 ‘문제 사건’은 이렇다. 경찰이 지난달 딸 입학 선물로 외제차를 요구하는 등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대림산업 현장소장 2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는데, 금품을 건넨 내역이 담긴 지출결의서가 조작됐다는 것. 그걸 눈 밝은 검찰이 발견했고, 금품 공여자이자 제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지출결의서를 나중에 작성해서 제출했다는 진술도 했는데 정작 경찰 조서에는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저지른 명백한 잘못을 검찰이 바로 잡았다는 얘기였다.

경찰은 당연히 펄쩍 뛰었다. 이날 이 청장 발언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수사 당시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경리 직원 두 명으로부터 ‘조작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조작 여부를 알지 못했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 아니냐” 경찰에게 잘못은 없고, 잘못이 있더라도 검찰과 함께 저지른 것이라는 게 당시 경찰 수사팀과 이 청장의 항변이다. 조작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당시 경찰 나름대로 확인을 해 영장 신청을 했고, 담당 검사도 이를 받아들여 영장 청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청장 말대로라면 수사권 조정 협상 국면에서 검찰이 경찰의 부실수사를 부각시키려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뜻으로 들린다.

양쪽 말이 이렇게 엇갈리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한쪽은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검경이 조작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것은 중대 사안이다. 그 경위에 따라서는 심각한 국가 범죄가 될 수 있다. 두 권력기관이 이름을 걸고 어디서 잘못됐는지 명명백백하게 조사해 밝혀야 할 일이다. 인신구속은 국가에 의한 합법적인 물리력 행사다. 그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면 경찰이든, 검찰이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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