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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조 "점심시간 쉬겠다"... 직장인들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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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조 "점심시간 쉬겠다"... 직장인들 불만 폭주

입력
2018.04.09 2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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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들 동시 휴식 보장 요구

노조 “시간대 조정 등 논의 가능”

은행권 노동조합이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대로 식사를 하는 현행 시스템을 바꿔 전 직원이 동시에 휴식시간을 갖게 해달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에 다녀와야 하는 직장인의 반발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첫 산별 교섭에서 점심시간 동시사용 등을 안건으로 다룰 방침이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노동시간 단축 ▦노동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 ▦양극화 해소 ▦국책금융기관 노동개악 철폐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성과주의 강화 금지 등 5개 분야 53개 항목으로 구성된 2018년 산별중앙교섭 임금 및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했다. 협의회에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융사 은행장들과 금융권 공공기관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점심시간 동시사용’은 노동시간 단축에 포함돼 있다. 노조는 영업점 행원들이 점심시간에 교대로 근무를 하다 보니 식사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을 낮12시~오후1시 등으로 정해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점심시간에 PC를 끄는 ‘PC오프제’ 시행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 한 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점심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은행 영업점에서도 이러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은행 업무의 특성상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이에 따라 그간 금융권에서는 행원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종종 제기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3교대로 돌아가며 식사하지만 창구가 바쁘면 휴게실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김모(31ㆍ여)씨도 “한 시간 점심시간을 주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교대로 식사한 뒤 양치까지 30분 내에 끝내야 해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을 동시 사용할 경우 이 시간엔 사실상 은행 문을 닫아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은행 업무를 보는 상황에서 은행이 점심시간에 영업을 안 하면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으로 한정돼 있는 직장인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지금도 반차를 내거나 점심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은행에 가기 힘든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걱정부터 “퇴근시간에 은행을 방문할 수 있도록 문 닫는 시간을 늦추거나 토요일도 영업을 해달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평일에 은행 갈 시간도 없는 사회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노조도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을 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자동화기기(ATM) 등 사용도 가능해 어느 정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국민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시간대는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점심시간에 1~2시간 은행 문을 닫는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점심시간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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