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반군 거점인 두마 공격
시신 입ㆍ코서 하얀 거품 등 증세
구조대원 4명 가스 질식 사례도
일각에선 “사망자 100명 이상”
#화학무기에 전 세계 충격
지금까지 최소 7차례 걸쳐 사용
정부군은 “반군의 거짓말” 부인
언론 출입 통제돼 검증 어려워
NYT “화학무기 공격 계속될 것”
“진료소에 도착했을 때, 마치 ‘심판의 날(judgment day)’을 보는 것 같았다.”
7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의 최후 거점인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東)구타 내 두마 구역의 한 병원. 이 곳 일대로 폭탄이 쏟아지자 주변 건물에 있던 현지 매체 소속 한 기자는 병원 지하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신이 목도한 참상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같이 전했다. 그는 “먼지로 가득 찬 지하 통로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그저 멍하게 걸어 다녔고, 여성들은 줄곧 흐느꼈다”며 “담요를 덮고 있던 한 일가족 사이사이에는 수의에 싸인 시신 40여구가 놓여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 두려움과 파멸뿐이었던 그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리아 정부군의 두마 공격이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군이 반군과의 퇴각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와중에,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들이 전하고 있는 현지 상황은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국제구호단체와 의료진이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들의 동영상과 사진 등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반정부 인사들에게 회람된 한 동영상에는 건물 바닥과 계단에 남성과 여성, 심지어 어린이들 시신이 쌓여 있고, 이들 중 다수의 입과 코에서 하얀 거품이 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는 독성이 있는 화학 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며, 최소 42명이 이와 같은 증세를 보이며 숨졌다는 게 현지 의료진의 증언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와 반군 측 민방위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호흡곤란과 구강 내 거품, 눈 화상 등의 증상을 보이며 의료 센터를 찾은 이들이 5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환자들한테서는 염소가스 냄새가 났고, 일부 환자는 산소 부족으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cyanosis) 증세도 보였다고 한다. 한 구조대원은 “부상자들은 홍채 확장, 운동 조절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며 진료소에 왔다. 많은 이들이 유독 가스를 너무 많이 마신 채, 너무 늦게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구조활동을 위해 출동한 대원 4명이 가스에 질식돼 되돌아온 사례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학 공격에 따른 사망자가 100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딱 1년 전에도 반군 장악 지역인 칸 셰이쿤 지역에서 사린 가스 공격이 발생,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400여명을 숨지게 한 2013년 8월 사린 공격을 시작으로, 시리아 정부군은 지금까지 최소 7차례에 걸쳐 염소가스나, 겨자 가스, 독가스 등 화학무기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3년 9월 시리아 내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불구,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이다. NYT는 “피로 물든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 무기 사용이 끝날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나 러시아 측은 “반군이 조작해 낸 거짓말”이라며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두마 지역을 시리아 정부군이 포위, 해외 언론 기자나 구호단체 등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어 현재로선 ‘객관적 검증’이 쉽지 않은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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