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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풀어준 전자발찌 강간범, 공항 보안검색대도 유유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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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풀어준 전자발찌 강간범, 공항 보안검색대도 유유히 통과

입력
2018.04.09 17: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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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주 우려 없다” 영장 기각

법인은 공항서 “출국허가” 거짓말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긴급체포

당국, 위치정보 신호 끊긴 뒤에야

출국 사실 알고 강제 송환 요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범이 또 강간을 시도한 것도 모자라 해외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법원은 도망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해줬고, 공항은 범인 말 한마디에 검색대를 열어줬다. 관리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난 전자발찌가 되레 프리패스가 된 셈인데, 법무부는 뒤늦게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경찰에 따르면 신모(38)씨는 지난달 4일 경기도 소재 모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여성에게 졸피뎀을 몰래 넣은 술을 마시게 한 뒤 강간을 시도했다.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신씨 검거 직후 강간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미 이전에 강간으로 복역하고 2010년 출소한 신씨는 보호관찰을 받으며 범행과 검거 당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전자발찌를 들어 “(신씨) 위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이미 동종 전과로 복역한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2회에 걸쳐 전자발찌를 훼손해 실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호를 앞세웠다. 법원 관계자는 “도망 가능성과 재범 여부 등 여러 사항을 고려했겠지만 우선적으로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경우 불구속 상태로 수사 받게 하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말 석방된 신씨는 지난 4일 오후 7시쯤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베트남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보호관찰관에겐 ‘택배 하역 일을 하러 간다’는 문자를 보내뒀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티켓을 끊은 뒤 보안검색대에서 전자발찌로 인해 경고음이 울리자 “법무부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보안 직원은 신씨가 출국금지 대상이 아닌 걸 확인하고 순순히 통과시켜줬다. 공항 측은 “전자발찌 착용자도 신고만 하면 출국할 수 있기 때문에 신씨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출국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는 보호관찰소의 허가만 있으면 출국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공항에 통보되거나 어떤 증명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처럼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자발찌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당국은 신씨가 탄 비행기가 이륙한 후 전자발찌의 위치정보 신호가 끊긴 뒤에야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통보 받은 경찰이 베트남 주재 경찰영사관과 베트남 공안에 강제 송환을 요청해, 베트남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신씨를 긴급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이라 다행이지, 국제공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나 송환 요청이 제때 도착한 베트남보다 비행시간이 짧은 나라로 달아났다면 손 쓸 틈도 없이 놓쳤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출국한 사례는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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