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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근로혁명’ 길을 묻다] 최저임금 인상에 알바생 줄여… 대학생들 ‘일자리 구하기 대란’

입력
2018.04.09 17: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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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면접 때 경력자인지 물어

이젠 알바도 ‘스펙’ 필요한 시대”

수습기간 빌미 임금 적게 지급 등

일부 점주들 꼼수 쓰는 사례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 모집 광고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소규모 카페여서 공고를 내면 보통 5명 안팎으로 지원했는데 올해엔 2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위 상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인다고 하더니 이쪽으로 몰린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골라 쓸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졸업 후 본격적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기 전부터 아르바이트 구직에 목매는 학생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과 피시방, 카페 등 5인 이하 영세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하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영세업체의 경우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데 임금이 올라 점포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이익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너도나도 아르바이트생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9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이 지난 2월 전국회원 1,508명을 대상으로 벌인 ‘1월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5%가 구직 과정 중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평균 9곳에 이력서를 지원한 뒤 고작 2곳꼴로 면접 제의나 채용연락을 받았다. 대학생인 김모(21)씨는 “편의점이나 피시방 등에서 채용 면접을 보면 경력자인지 묻는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기서도 이제 일자리를 구하려면 ‘스펙’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임금을 어떻게든 적게 주기 위해 꼼수를 쓰는 사례도 늘어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인 이모(23)씨는 “최근에 수습 기간을 빌미로 임금을 주지 않거나 적게 주는 편법을 부리는 점주들에게 피해를 보았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며 “금액이 큰 것도 아니고 괜히 안 좋은 일에 휘말려 들까 봐 신고를 안 하는 친구들이 많고, 점주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업체들의 상황도 녹록한 건 아니다. 울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모(35)씨는 올해 초 가게를 접었다. 주변에 우후죽순 늘어난 편의점들 사이 과열경쟁으로 장사가 안된 탓도 있지만 올해 1월부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더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이고 하루 중 16시간을 직접 일하며 버텼다”며 “하지만 도저히 체력이 안 돼 병까지 얻은 데다 한 달 수익이 200만원도 채 안 되는 상황이라 편의점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어려움에 빠진 편의점들은 가장 먼저 심야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 이마트24에 따르면 신규 가맹점 중 24시간 운영점 비율은 지난해 8월 28.7%에서 지난 2월 8.8%로 급감했다. 성동구 옥수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심야엔 술, 담배가 주로 팔려 마진이 별로 없다”며 “지금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해봤자 손해 보는 상황인데, 임금까지 오르면 누가 심야 영업을 하겠냐”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한테도 불똥이 튀고 있다. 문이 닫힌 편의점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밤에 머리가 아파 편의점에 약을 사러 나왔다”며 “정부가 두통이나 복통 등 야간 상비약 구매처를 편의점으로 정해놓고선 심야 영업을 중단하도록 방치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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