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계약갱신 기대권 인정
2015년 7월 구인공고를 보고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 지원한 A씨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같은 해 10월부터 일하게 됐다. A씨는 연말을 앞두고 1년짜리 갱신계약을 맺었지만, 구인공고에 정규직 채용이라고 나와 있었고 전임 관리소장도 1년씩 근로계약을 맺으며 17년 가량 일했다는 설명에 안심했다.
그러나 A씨는 2016년 10월 돌연 “연말까지 계약이 종료된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장을 새로 선출한 입주자대표회의는 “예전 회장이 갱신 계약 때 내부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고에 반발한 A씨는 계약만료 이후 열흘 가량 출근하다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제지 당하자, 지난해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단은 엇갈렸다. 지노위는 A씨의 신청을 기각하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었지만, 중노위는 부당해고라는 A씨 주장을 인정해 A씨 복직과 해직기간 임금 지급을 명령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중노위의 재심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역시 부당 해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입주자대표회의는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소속 근로자 대부분이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해왔기 때문에 A씨의 기대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대법원은 ‘비정규직 계약갱신 기대권’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인정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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