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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모녀의 비극, 두 달간 이웃도 지자체도 정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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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모녀의 비극, 두 달간 이웃도 지자체도 정부도 몰랐다

입력
2018.04.0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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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료 등 수개월 미납, 청구서 수북해도

아파트 거주자는 당국 인지 늦어져

송파 세 모녀 사건 후 4년, 사각지대 여전

지난 2월 23일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열린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주최한 송파 세모녀 4주기 추모제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의 스님들이 추모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열린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주최한 송파 세모녀 4주기 추모제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의 스님들이 추모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편과 사별하고 빚에 쪼들리던 40대 여성이 네살 난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지나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복지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정부, 지자체, 이웃 누구도 가난에 찌든 이들 모녀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쯤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아파트 4층 A(41)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네 살 난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봤을 때 이들이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모녀의 사망은 관리비가 계속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확인됐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따로 관리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관리비가 3개월째 연체되고 있어 집을 찾아갔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월 20만여원인 임대료ㆍ관리비는 물론 수도료와 전기요금도 수개월 치가 미납된 상태였다. 아파트 우편함에 카드 연체료와 수도료, 전기요금 체납 고지서가 수북이 꽂혀 있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같은 동 주민들은 A씨를 알기는커녕 숨진 사실조차 몰랐다.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말을 피했다.

경찰은 지난해 심마니였던 남편과 사별한 후 별다른 수입 없이 수 천만원의 채무로 고통을 겪던 A씨가 유서에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을 남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그러나 정부의 지원대상이 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105㎡(32평형)로 보증금만 1억2,500만원이다. 주민들은 “이 임대아파트는 보증금만 억대에 달해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평군 사회복지담당은 “사회복지는 신청주의가 우선이지만 송파 세모녀 사건 이 후 복지3법을 제정해 발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A씨는 딸에 대한 양육수당 신청 기록만 있을 뿐 다른 지원신청이 없었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안 다녀 발굴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상 공무원이 전화나 현장을 방문해서 조치하려면 전기료는 3개월 체납, 수도는 단수, 가스는 차단조치 등이 돼야 당국에 통보된다. 단독주택과 달리 A씨는 단전, 단수, 가스차단 등이 즉시 통보되기 어려운 아파트에 거주해 발굴이 더 늦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전기와 수도료(가스비는 별도)가 관리비에 포함돼 통보되기 때문에 한동안 체납을 하더라도 해당 가구가 체납을 한 것인지 공공기관은 바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적은 아파트 주거 형태가 이번 비극을 가져온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노병일교수는 “공동체 복지차원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통반장 등에 고지서 등이 쌓여 있는 가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평=최두선기자 balanced@hankookilbo.com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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