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스 경북 사전 무대
7일 오후 6시, 김천시 김천종합스포츠타운 야외 특설무대에 ‘청포도 사랑’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객석에서도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저마다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거대한 노래 교실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공연은 2018년 미스 경북 대회를 축하기 위해 기획했다. 대회 개최지가 김천인 만큼 이 지역 출신의 대형 작곡가인 나화랑과 관련된 곡들을 모아 헌정 무대로 꾸몄다. 나화랑은 이미자, 남일해, 김상희 등에게 곡을 준 작곡가로 모두 600여 곡을 작곡했고, ‘닐니리 맘보’, ‘열아홉 순정’, ‘무너진 사랑탑’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1시간 남짓 이어진 공연은 지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참여했다. 색소폰 부는 미녀 가수 규리를 비롯해 ‘사문진 연가’의 나연, 독도 가수 김경민, MC 전재철 등이 무대를 꾸몄고, 사회와 곡 해설은 이인경 아나운서가 맡았다.
관객들은 ‘청포도 사랑’을 비롯해 가수들과 함께 나화랑이 남긴 불후의 명곡들을 따라 부르면서 흘러간 시절을 추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관객이 늘었다. 마지막 곡인 ‘닐리리 맘보’를 부를 때는 유명 가수의 엔딩 무대 못잖은 흥과 열기로 달아올랐다.
김천시 평화동에서 온 최동원씨는 “김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화랑 선생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면서 “귀에 익숙한 곡들이 모두 그분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조나연씨는 “미스코리아를 보러 왔는데, 뜻밖에 지역의 문화사를 배운 기분”이라면서 “우리 민요가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워 민요 음반을 100장이나 냈다는 사실이 특히 감명 깊었다. 나화랑이라는 이름 석 자를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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