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연씨, 5월 ‘대구앞산체’ 공개
대구 출신 유명 캘리그라퍼가 대구를 상징하는 글자체(폰트)인 '대구앞산체' 개발에 나섰다. 관광안내도나 팸플릿 등에 통일된 서체를 사용하면 대구의 이미지통합과 관광도시 대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2014년 경기 포천시와 손잡고 '포천막걸리체'도 개발한 김대연(33)씨가 주인공이다.
대중에게 김씨는 이름보다 작품이 먼저 알려졌다. 바이브 SG워너비 이승환 앨범디자인에도 참여했고, LG G3 스마트폰과 파리바게트 등의 각종 광고에도 그의 작품이 쓰였다.
대구에선 더 유명하다. 대구 근대골목을 순환하는 관광버스인 청라버스에 새겨진 ‘청라’, 김광석길 입구의 방천시장 골목방송 스튜디오 ‘정오의 희망곡’도 그의 작품이다.
이 서체는 2014년 경기 포천시와 손잡고 만든 '포천막걸리체'다. 포천시 공공기관의 간판은 물론 대구 등 전국 지자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포털 한글붓글씨체 분야 인기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구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김씨는 자신이 개발한 포천막걸리체가 대구에서 널리 쓰이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대구를 상징하는 폰트가 있었으면 했다. 그는 ‘대구에서 대학을 나와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대구를 위한 폰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대구 도심 앞산에 오르면 대구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데, 대구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담아 앞산체라고 이름 지었다. 그는 “대구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구앞산체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가을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5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유료화 여부는 논의 중이다. 개인에겐 유료로, 공공기관 등 공익적인 곳에는 무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씨가 캘리그라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계명대 서예과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다. “당시 서울에선 캘리그라피가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대구에선 3, 4명만 활동할 정도로 생소한 분야였다"며 "글씨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는데, 초등 3년 때부터 동네 한학당을 다니며 붓펜과 서예에 익숙했던 터라 좋아하는 글씨로 밥 먹고 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거리가 없어 좋아하는 문장 등을 써 블로그에 올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서서히 알려지면서 광고주들이 그를 찾았다. 2015년엔 사회미디어에 올린 150여 편의 글을 모아 청춘에세이 ‘핀다’를 출판하기도 했다.
“처음엔 힘 있고 멋진 글씨만 좋은 글씨라고 생각했는데, 해가 갈수록 그 글씨에 담겨 있는 내용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며 "글씨에는 성격과 생각 등 글 쓴 사람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에 화려하고 멋진 글씨보단 때때로 못생기고 투박한 글씨가 마음으로 와 닿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신의 글씨체가 '멍청'해서 마음에 든다는 김대연씨는 “캘리그라퍼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교육부터, 화려하고 멋진 글씨가 아닌 담백하고 때로는 투박한 김대연만이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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