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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평 모녀 사건, 복지사각지대 해소 왜 이리 더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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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평 모녀 사건, 복지사각지대 해소 왜 이리 더딘가

입력
2018.04.08 19: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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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4년 전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41세 여성과 4세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관리비 연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경찰이 수습한 시신은 숨진 뒤 수개 월이 지난 상태였다. 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남편이 지난해 자살한 뒤 생활고에 시달린 모녀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지자체의 복지지원을 받지 못했는지, 그랬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행정과 이웃의 관심이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상태의 비극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려고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여러 법제가 정비됐다. 2015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고쳐 수급자 선정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고 수급 대상자 발굴을 위한 정보공유도 확대했다. 당시 정부는 읍ㆍ면ㆍ동을 허브화해 찾아가는 복지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새 정부도 부양의무제 일부 폐지 등 추가 조치를 이어갔다.

그런데도 복지사각지대 해소가 여전히 더딘 현실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이 모녀 세대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수도사용량이 ‘0’이었다고 한다.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 수도ㆍ전기요금 체납 고지서가 수북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단전ㆍ단수나 건강보험료 체납 정보를 활용하도록 한 법 제정 취지를 생각하면 이상 징후에 무심했던 당국의 태도에 문제가 적지 않다. 더욱이 아파트의 경우 전기료 체납이 관리비에 포함되어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의 대책은 속 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주민안전을 살펴야 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몇 개월 동안의 연락두절에도 불상사를 의심하지 않은 것도 의외고 다른 주민의 무관심도 안타깝다. 긴급복지지원법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나 교원, 시설종사자, 복지위원, 공무원만이 아니라 장애인 활동 지원 인력, 이ㆍ통장, 별정우체국 직원,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장까지 주변의 복지지원 대상자를 파악해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뜻을 다 함께 되새겼으면 한다.

복지사각지대 해소의 큰 걸림돌이던 부양의무제는 오는 10월부터 주거급여, 내년부터 생계ㆍ의료급여에 대해 부분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수혜자가 늘어나도 급여액이 필요 최저액에 모자란다면 사각지대 해소라고 말할 수 없다. 더는 가난이 죽음보다 두려운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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