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
클래식 감상 경력 40년 바탕으로
잠실 롯데홀 마티네 콘서트 해설
오케스트라 앞에 라디오 부스 차려
작품ㆍ연주자 이야기 자상히 소개
일주일에 두, 세번은 공연장을 찾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는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외부 행사가 없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의 생애를 공부한다. 일정만 보면 클래식 음악 평론가를 연상케 하는 이 사람의 본업은 배우. CBS 클래식 방송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하는 강석우씨 얘기다. 2015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도 5위 안에 든다. 클래식 방송으로는 이례적이다. 웬만한 평론가, 기획자보다 클래식 공연장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그가 잠실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낮공연) 해설자로 나섰다. ‘강석우의 온 에어 콘서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30일 서울 반포동에서 만난 강씨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관객, 청취자의 그날 감정에 따라 감상이 다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이 전문가에게 오늘 연주가 어땠는지를 물어본다. 상투적인 음악 감상법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기간을 40년”이라고 자신한 그가 배우 동료보다 더 많은 음악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린 결론이다. ‘4월의 숲속’ 등 이미 가곡 두 편을 발표한 작사ㆍ작곡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을 베토벤이 교향곡 6번을 작곡한 오스트리아 하일리겐슈타트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담아 세 번째 가곡도 최근 완성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지만 직접 인연을 맺은 건 대학 방송국에서 클래식 프로그램 피디를 맡으면서다. 강씨는 “팝송이 한창 유행인 때라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맡고 싶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선배들이 모차르트 관련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밤 새 50쪽짜리 리포트를 써내고 클래식 프로그램 피디를 맡았다”고 말했다. “그게 1977년인데. 이듬해 처음으로 해외를 나갔어요. 홍콩에서 산 앨범이 안네 소피무터가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었죠. 친구 박인건 부산문화회관 대표한테 선물했고, 그때 (박 대표의 스승인) 김남윤 선생을 알게 되면서 같이 공연 보러 다니곤 했죠.”
본격적으로 클래식에 빠진 건 1972년부터 84년까지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 ‘한상우의 나의 음악실’을 들으면서부터다. 형식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음악의 정수를 자상하게 소개한 고 한상우 음악평론가는 강씨의 롤 모델이 됐다. 그는 “제 라디오 진행은 사실 한상우 선생의 모습”이라면서 “한 선생이 저에게 영향을 줬듯이 제가 친절하게 클래식을 소개하면,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누군가가 저와 같은 길을 또 걷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이 있다. 한상우 선생 같은 역할이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지금 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4차례 진행하는 ‘강석우의 온 에어’에서는 이런 바람을 담뿍 담았다. 그는 “매 공연마다 테마를 정해 작품을 소개하고 진행자인 저와 연주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컨셉트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 제목처럼 오케스트라 앞에 라디오 부스 같은 공간을 만들어 등ㆍ퇴장 없이 무대 위에서 연주자를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감상한다. 영화 속 모차르트 음악을 소개한 1월, 편안한 실내악을 소개한 2월에 이어 이달 20일에는 한국 대표 가곡들을 소개한다. ‘강 건너 봄이 오듯’, ‘임이 오시는지’ 등 봄을 테마로 한 가곡과 함께 강씨가 작사, 작곡한 가곡도 선보인다. 그는 “세 번째 신곡도 이날 처음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6월에는 소설 속 클래식을 주제로 브람스 교향곡 4번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알비노니 현을 위한 아다지오(스티븐 갤러웨이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등을 소개한다. “아무리 경쾌해도 듣는 날의 기분에 따라 슬프게 들리기도 하죠. 인터넷에 나온 감상법이 아닌 관객 감정대로 음악을 즐기라는 자신감을 주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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