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분장감독이 국내 기술을 끌어올린 부분은 가발이다. 해외에서 비싸게 들여와 그 마저도 국내 배우들에 맞게 고쳐 써야 했던 가발을 그는 직접 제작한다. 해외에서 스태프 스카우트를 제안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가발이다. 배우의 두상을 그대로 본 딴 뒤 머리카락을 일일이 심어야 해 혼자서 만들려면 3주 정도는 걸린다. 지금은 직원들과 분업해 가발을 제작한다. 좋은 인모를 구하기 위해 해외까지 나가는 일도 다반사다. 현재 그가 작업 중인 ‘웃는 남자’에는 가발 120개가 등장한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김 감독의 사무실 한 켠에는 가발 보관실이 있다. 다음 시즌에 재사용 할 수 있도록 손질해 둔 가발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둔 상자가 수십여 개다. 새 시즌에는 새 가발을 제작해야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최대 3번까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그가 관리하고 있다. 가발을 말리고 손질하기 위한 드라이기만 80대다. “한 상자에 5,000만원은 될 거예요. 불이라도 나면 큰일나는 거죠. 제작사 창고에서 보관하다 손상될까 봐 직접 관리하고 있어요.”
김 감독이 뮤지컬에서 가발 분장을 처음 접했던 1996년, 해외 스태프들은 가발을 말리고 손질할 스팀 기능이 있는 ‘가발 오븐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발 디자인에 대한 인식도 없던 그 때, 김 감독은 청계천을 한 달여간 돌아다녀 가발 오븐기를 만들었다. 냉장고 두 대를 붙여 놓은 크기였다. “그 때 외국 스태프들이 정말 놀라워했어요. 세계에서 제일 큰 가발 오븐기라고요. 그 때부터 함께 했으니 우리 회사에는 20년 넘게 같이 한 스태프가 5명이 넘어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우리 기술이 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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