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살인에 의학지식 사용”
잠이 든 아내에게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6)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 1,148원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마약류를 이용한 A씨를 상대로 추징하지 않은 오류를 지적하고, 원심을 파기한 뒤 추징금을 추가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 받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3월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고 더없이 존중해야 하는 의료인으로, 인간 생명이 인위적으로 침해될 경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피고인은 살인하고 범행을 은폐하는데 자신의 의학 지식을 활용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했고, 가족을 잃은 유족은 비통함과 충격으로 평생 살아가야 해 죄책이 나쁘고 무겁다”며 “사형에 처해야 할 정도로 정당화될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건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11일 일어났다. 의사 A씨는 충남 당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45)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심장병을 앓던 아내가 쓰러져 숨졌다”며 곧바로 장례를 치렀다. 또 아내 명의의 보험금을 수령하고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A씨의 범죄 행각은 아내의 유족이 경찰에 재조사를 요청하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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