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하던 참모들 줄줄이 내쳐져
“확고한 지지자들도 회의적 시선”
측근조차 속내 몰라 불안불안
중 맞불 관세에 2배 보복 지시
상호주의 넘어선 트럼프식 베팅
캐러밴 이민자 향해선 “강간범”
근거 없는 막말도 서슴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돌출 언행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마냥 폭주하고 있다. 집권 2년 차 들어 그의 언행에 제동을 걸 소신파 측근들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보란 분석도 나오지만, 하루가 다르게 정책이 바뀌고 근거 없는 주장에 역풍까지 불자 백악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추가로 1,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3일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이에 중국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는 방식으로 맞서자 그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더 큰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받은 만큼만 되돌려주는 상호주의를 넘어선 트럼프 식 ‘베팅’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 국무부와 통상관리들이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중국과 협상 중임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하루 만에 뒤집었다. 중국 상무부는 당장 6일 홈페이지를 통해 “만약 미국이 중국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어떤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싸우겠다”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발언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전술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조율 없는 발언 때문에 미 행정부 내 공직자들마저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중 무역전쟁 문제만이 아니다. 4일 미 국토안보부는 전날 “멕시코와의 국경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추기 위해 배치 병력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로 다급히 정책 발표를 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 없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5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세제 개편 성과를 홍보 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준비한 원고를 집어 던진 채 “어제 이 ‘여정’(캐러밴으로 통하는 온두라스 국민들의 미국행 행렬ㆍ6일자 18면)이 시작된 곳에서 여성들이 지금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강간을 당한다”며 “우리는 (이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강간범’으로 단정하는 발언이다. 미국 언론들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쏟아내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제어 장치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던 참모들이 줄줄이 내쳐지면서 백악관에서 내부 견제 기능이 무너졌고, 측근들 조차 대통령 충동 발언의 의도는 물론, 다음 수를 읽지 못해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 뉴스를 보거나 자신을 띄워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대통령의 선택과 결정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던 이들조차 회의적 시선을 보낼 정도로 주변의 기류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그나마 대통령에게 고언을 해왔던 존 켈리 비서실장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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