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맞서 정부도 미국산 수입제품에 연간 4억8,000만달러(약 5,10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보복관세를 부과하려면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부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해 승소하거나, 부과 결정 후 3년 이후에 집행이 가능해 당장 적용할 수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발효한 미국의 한국산 태양광ㆍ세탁기 세이프가드 대응 조치로 미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이사회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양허정지는 특정 수입품에 관세율을 정하고,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양허)을 중단하고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월 한ㆍ미 양자협의를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며, 한국산 제품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청했다. WTO 협정은 회원국이 세이프가드로 자국 시장개방 수준을 축소할 경우 다른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상대국에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추가 관세 부담액은 연간 4억8,000만달러(세탁기 1억5,000만달러ㆍ태양광 패널 3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는 “양자협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WTO 규정에 따라 세이프가드 대상 국가(한국)가 피해를 본 만큼 발동 국가(미국)에 대한 양허정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액에 상응하는 만큼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어떤 품목을 대상으로 할지는 추후 통보하기로 했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부당한 조치를 제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소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국내외 여러 상황을 종합 판단해 추가 관세부과 효과가 큰 품목을 대상으로 양허정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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