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경찰이 검찰 송치 때까지 부모에게 연락 안 해
“입건ㆍ조사 사실 알렸으면 비극 없었을 것” 주장
경찰, 일부 실수 인정 “안타깝다”
새벽에 친구와 함께 담배 네 갑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고교생의 부모는 경찰이 아들을 입건한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아들이 수사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5일 세종경찰서와 대전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세종시 한 고교 3학년 A군이 대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은 올 1월 1일 새벽 세종시 한 슈퍼마켓에서 친구와 담배 네 갑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중순 검찰에 넘겨져 출석 통보를 받았다.
A군은 아버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고등학생인 제 아들을 피의자로 조사하고,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부모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아들이 한 번의 실수로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죄송해 괴로워하고 고민했다는 얘기를 장례식에서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특히 “경찰이 고등학생을 조사하면서 부모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만 지켰어도 소중한 내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슴 아픈 일은 막을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본보 확인 결과 경찰은 실제로 A군의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A군의 부모 등 보호자에게 단 한 차례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는 경찰의 범죄수사규칙 211조(보호자와의 연락)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항목에는 “경찰관은 소년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나 조사를 할 때에는 그 소년의 보호자나 이에 대신할 자에게 연락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A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죄를 지은 게 맞으니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피해액이 1만8,000원이고, 아이들이 우발적으로 했으니 특수절도로 입건하기보다 훈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세종서 관계자는 “당시 A군이 엄마와 통화하게 해준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관에게 바꿔줬고, ‘엄마’라고 저장이 돼 있는 걸 봐서 그대로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A군의 친구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관련 규칙을 지키지 못한 부분은 사실이다”라며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게 돼 정말 유감이다. 부모에게 이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피해액이 경미하고, 청소년들이 우발적으로 한 범행인데도 형사 사건 처리한 것에 대해선 법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2명 이상이 새벽에 함께 물건을 훔쳐 액수에 상관 없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범죄는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어 훈방하거나 청소년 선도심사위에 사건을 넘길 수도 없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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