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로비를 받은 게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원장이 의원 시절 민원 기업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공사 직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른바 ‘내로남불’ 식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KIEP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5년 5월25일부터 9박 10일간 미국 워싱턴,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을 시찰했다. 김 원장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 정무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 원장 일행이 열흘 간 지출한 비용은 3,077만원이었는데, 정무위 피감기관인 KIEP이 전액 부담했다. 일정에는 김 원장의 당시 여비서가 동행했다.
김 원장을 수행했던 KIEP 직원들은 출장보고서에서 ‘본 출장은 김 의원이 한미경제연구소(KEI) 및 한미연구소(USKI)의 운영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의 출장’이라는 내용도 있다. 시찰 6개월 전 김 원장이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KIEP가 지원하는 이들 연구소의 예산 삭감을 주장한 여파로 연구소 예산 4,000만원을 포함해 KIEP 예산 4억1,000만원이 깎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김 원장이 로비성 출장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직접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원장이 “로비를 받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IEP가 유럽에 사무실을 신설하는 것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김 원장이 출장 이후 이를 검토한 뒤 추가 사무실 개소를 막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2014년 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 공사 직원들이 민원 관계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비용을 지원 받아 해외 출장을 다녀온 걸 두고 “로비나 접대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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