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새 상담 7%P나 증가
新DTIㆍDSR 가장 큰 영향
중개인 60% “올해 집값 하락”
고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처분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집값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 탓에 올해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옹성 같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5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이 부동산 처분과 관련된 상담을 의뢰한 비율이 지난 1월 16.4%에서 지난달 23.5%로, 불과 두 달새 7.1%포인트나 증가했다. 보유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처분과 관련된 상담의 비중이 25.9%에서 37.3%로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 1월과 3월 수도권 지역 KB자산관리전문가(PB) 각각 61명과 51명을 대상으로 부동산시장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PB들이 본 올해 영향력이 큰 정부 부동산 정책 중 1위(26.0%)도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로 나타났다. 신DTI는 대출 심사 시 기존 주택담보대출원금과 신용대출 같은 기타 대출의 이자 상환액까지 포함하는 게 핵심으로 1월 말부터 시행중이다. 모든 대출의 원리금과 미래소득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DSR도 지난달 26일부터 시범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1년간 갚아야 할 총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배가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고액 자산가들 심경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PB들이 부자들과 상담하며 올해 투자가 유망한 부동산으로 추천한 것만 봐도 재건축ㆍ재개발 시장(42.6%), 아파트 분양(29.5%), 상가(13.1%) 순에서 아파트 분양(35.3%), 재건축ㆍ재개발(31.4%), 상가(5.9%) 순으로 바뀌었다.
공인중개사(1월과 3월 각각 507명, 503명 대상)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60%가 올해 집값(전국 기준)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집값 역시 내려갈 것이란 비중이 14.7%에서 35.0%로 크게 늘었다. 전국 주택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 비율은 두 달 사이 58.9%에서 76.0%로 뛰었다.
역전세난(신규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국토교통부 전세 확정일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재계약이 돌아오는 아파트는 전국 39만8,000가구다. 이중 경기지역 아파트가 31.4%(12만5,000가구)나 된다. 갭투자를 조심하라는 경고도 나왔다. 갭투자 가능 아파트(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85% 이상이면서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 기준)는 2013년 말 4만3,000가구에서 지난해 6월 기준 90만3,000가구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갭투자는 매매가격 하락 시 직접적 손실이 발생한다”며 “임차인 이주와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며 철옹성 같았던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집값도 흔들리고 있다. 5일 한국감정원의 4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떨어졌다. 지난해 대선 이후 계속되던 상승세가 6개월만에 마감됐다. 송파구도 보합세로 전환됐고 강남구는 지난주 0.05%에서 금주 0.04%로 오름폭이 줄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폭도 0.06%로 지난주(0.09%)보다 둔화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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