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상현실 테마파크 가 보니
헬멧, 조끼, 총, 기타 센서 등 활용
콘텐츠 52종에 주말이면 300명 찾아
VR영상 밖 감각도 느낄 수 있어
3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경의ㆍ중앙선 신촌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한 빌딩.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외관이지만 2층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비명이 들렸다.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은 “진짜 제트기 탄 거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안쪽에선 방탄조끼에 총을 든 진지한 표정의 사람들이 제법 요원답게 돌아다니며 방아쇠를 당겨댔고, 허공에서 연신 손을 휘적거리는 사람들은 지금 피구 게임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곳은 KT가 GS리테일과 손잡고 지난 3월 1일 문을 연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브라이트’다.
2층과 3층으로 나뉘어 있는 브라이트를 채운 콘텐츠들은 52종에 달한다. 이용 방법은 놀이공원과 비슷하다. 3종 이용 가격은 1만5,000원, 5종 이용 가격은 1만7,000원이고, 자유이용권인 프리패스는 2만2,000원이다. 주말엔 하루 200~300명이 찾아 대기 줄도 긴 편이다. 개관 1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4,000명을 기록했다.
브라이트가 다른 VR 게임룸과 다른 점은 월등한 콘텐츠 품질이다. 그 중 총으로 적을 맞춰 죽여야 하는 PC게임 스페셜포스를 VR 게임으로 만든 ‘스페셜포스VR’이 최고의 반응을 얻고 있다. 제작사 드래곤플라이와 KT가 공동 개발한 이 게임은 헬멧과 조끼, 손목에 두르는 팔찌에 정교한 감지기(센서)가 설치돼 있어 이용자의 움직임을 VR 공간에서 그대로 구현한다. 4명 한 팀으로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약 15분 동안 진행되는데, 총알을 맞을 때는 조끼가 진동하고 총을 쏠 때마다 총 본체가 흔들려 타격감도 생생했다.
종일 비명이 끊이지 않는 게임은 ‘플라잉제트’다. 앞뒤와 양 옆에 쿠션이 달린 기기에 들어가 선 채로 앞에 손잡이를 잡은 뒤 VR 기기를 머리에 쓰면 준비가 끝난다. 이용자는 로봇이 돼 도심 속 빌딩 숲을 뚫고 날아다니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에서 실제 바람을 쏴주고 VR 화면 움직임에 맞춰 타고 있는 기기 자체가 90도 각도로 꺾이는 등 굉장히 현실적이다. 이 외에도 전투기 조종사가 돼 우주 전쟁을 펼치는 ‘스페이스 배틀십’, 친구들과 팀을 나눠 피구 같은 스포츠 게임을 할 수 있는 ‘테크노스포츠 하도’나 좀비 액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테크노스포츠 하도의 경우 증강현실(ARㆍAugmented Reality) 게임이라 눈앞의 친구를 보면서 가상의 공을 던질 수 있다.
KT는 연내 브라이트를 5호점까지 열 계획이다. 인터넷TV를 활용한 VR극장 등 개인용 서비스까지 넓혀 2020년 실감형 미디어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 단장은 “VR은 끊김 없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라 통신 역량을 갖춘 KT가 직접 오프라인 사업에 나서게 됐다”며 “다양한 중소 업체들과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생태계를 키우고 테마파크도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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