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결정 무기' 포기 확약 때까지 연구협력 전면 중단"
권위자들 서한에 카이스트 총장 "킬러로봇 개발의사 없다" 해명
해외의 저명 로봇학자 50여명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무기연구를 문제 삼으며 카이스트와의 모든 공동 연구에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이스트 등이 개발하는 무기가 결국 '킬러 로봇'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토비 월시 미국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등 로봇학자 50여명은 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학자들은 서한에서 "카이스트 총장에게 요청했으나 확답을 받지 않았다"며 "인간의 의미있는 통제가 결여된 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카이스트 총장이 할 때까지 우리는 카이스트의 어떤 부분과도 공동연구를 전면적으로 보이콧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엔이 군비증강 위협을 줄일 방안을 논의하는 시점에 카이스트 같은 명망 있는 대학이 군비경쟁을 가속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이스트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2월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국방 AI 융합과제 발굴·연구, 연구인력 상호교류 등이 진행된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항공기 훈련시스템을 비롯해 지능형 물체추적·인식기술, 대형급 무인잠수정 복합항법 알고리즘 개발 등도 연구된다. 토비 월시 교수는 "카이스트의 연구 활동은 군비 경쟁을 촉진할 뿐"이라며 "우리는 이 점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킬러로봇을 개발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는 학문 기관으로서 인권과 윤리 기준을 고도로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는 인간의 의미있는 조종이 없이 작동하는 자율무기 등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어떤 연구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카이스트가 세상을 더 잘 섬기는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 "이는 미래병력 감축에 대비한 무인화 기술로, 살상무기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화는 카이스트와의 공동연구의 목적이 지뢰 제거나 폭탄 해체처럼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을 개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발전된 기술이 인간 사망자를 최소화하고 정부의 병력축소 계획에도 적절히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은 인간의 통제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무기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FT는 카이스트와 공동연구를 하는 한화가 집속탄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따로 지적했다. 집속탄은 어미 폭탄 속에 잔뜩 들어있어 새끼 폭탄이 표적 근처로 흩어져 폭발하면서 무차별적 살상력을 낸다.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해치는 데다가 살포됐다 불발한 새끼 폭탄이 지뢰처럼 작동해 전쟁범죄급 무기라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FT는 유엔 119개국이 집속탄을 금지하는 유엔 조약에 서명했으나 한국은 아직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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