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여유 찾으며 긍정 효과로
LG는 2016년 144경기에서 129개의 라인업을 냈고, 지난 시즌에도 개막 직후 8경기에서 7가지 라인업이 나왔다. 주전을 종잡을 수 없던 LG가 이번 시즌엔 달라졌다.
류중일 LG 감독은 4일까지 개막 10경기에서 거의 비슷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난 주말 KIA와 3연전 내내 동일했고, 3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선발 헨리 소사와 호흡을 염두에 둔 포수 정상호만 유강남 대신 기용했을 뿐이다. 5일 두산전에서는 양석환과 채은성 대신 좌타자인 김용의와 이천웅이 선발 출전했지만 한 두 타순 정도는 대부분의 감독들이 변화를 준다. 지난 시즌까지처럼 상대 투수에 따라, 매 경기 성적에 따라 수시로 바뀌던 라인업의 전체적인 틀이 고정된 것만은 분명하다. 양현종(KIA)이 나와도, 유희관(두산)이 나와도 1번 안익훈-2번 김현수-3번 박용택으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은 불변이다.
류 감독은 ‘베스트9’을 실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삼성 시절부터 고정 라인업을 선호했으며 그만큼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선발 출전 선수들이기에 경기 도중 여러 작전을 걸기 보단 맡기는 스타일이다.
LG에 부임한 이후에도 이 같은 의지를 천명했다. 스토브리그 동안 전체적인 전력의 밑그림이 그려지자 지명타자는 은퇴 전까지 박용택을 쓰겠다고 선언했고, 3루는 아도니스 가르시아, 중견수는 안익훈, 좌익수는 김현수를 낙점했다. 시범경기까지는 김현수를 2번에 쓸지, 6번에 쓸지를 놓고 고민했지만 개막 후에는 한 번 결정한 사항에 대해 바꾸지 않고 있다. 군 문제로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LG의 주전 유격수는 오지환이었다. 손주인(삼성)의 공백을 메울 2루 적임자로는 강승호를 선택했다. 가장 고심했던 1루와 우익수는 양석환과 채은성이 조금 앞서 나가는 분위기다.
LG 선수들은 최근 수년간 변화무쌍한 라인업 속에서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매 타석 성적에 대한 불안감에 더욱 조급해져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최상의 베스트 라인업으로 고정해 주전들이 경기 감각을 찾도록 배려하는 류 감독의 소신과 믿음 앞에 선수들도 서서히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오늘 못 치면 내일 치면 된다는 여유가 표정에 묻어난다. 류 감독이 추구하는 ‘주전 야구’가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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