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차량호출서비스 시장 격변
우버가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우버’로 불리는 고젝(Go Jek)이 그랩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고젝은 체계 없이 운행되던 인도네시아 영업용 오토바이(오젝)들에게 우버와 같은 매칭 모바일 앱을 적용한 차량(오토바이) 호출서비스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극심한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던 자카르타 등 대도시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돌풍을 일으켰고, 현재 인도네시아에 90만명의 기사(가입 파트너)를 두고 있다. 그랩의 1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고젝의 무기는 다양한 서비스. 우버와 그랩이 교통수단 혹은 단순 배달서비스에 그치지만 고젝은 현재 무려 18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식주문(고푸드), 퀵서비스(고센드)는 물론, 뛰어난 기동성을 바탕으로 장보기(고마트), 약 배달(고메드) 등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출장 청소(고클린), 화장(고글람), 마사지(고마사지), 자동차정비(고오토) 등의 서비스도 인기다.
자체 선불 충전 결제시스템인 고페이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도 특징이다. 전기요금과 같은 공과금 납부(고빌스), 각종 티켓예약(고티켓)에 이어 올 연말까지는 세금도 고젝의 별도 앱을 통해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한 교민은 “우버, 그랩과 달리 고젝에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의존도가 날로 높아져 지금은 고젝 없이 출퇴근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서비스를 고페이로 결제시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고젝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대목은 여러 대목에서 관찰된다. 우선 수많은 서비스를 한 군데서 제공하기 때문에 쉽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비바에 따르면 515명의 차량호출 서비스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고젝 이용자는 56%에 달했다.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이용의 용이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그랩과 우버는 각각 33%, 8%를 기록했다.
기존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공생도 고젝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우버와 그랩은 전통적인 택시산업을 사양길로 내몰아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했지만, 고젝의 경우 이들과 협업함으로써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함께 정확하고 안전한 택시로 유명한 ‘블루 버드’ 택시도 고젝앱(고블루버드)을 통해서 부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운수 대기업 웨하 트란스포타시 인도네시아의 ‘화이트 호스’ 도 우버와 그랩, 고젝의 등장으로 경영난을 겪었지만 고젝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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