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지난 2일 문을 열자마자 멈춰 선 뒤 꼼짝도 안 해 '무노동 무임금' 혹은 '최저시급 적용' 논란을 다시 자초하고 있다. 여야가 일자리 추경 및 민생ㆍ정치법안 처리, 남북 정상회담과 대통령발의 개헌안 연설 등 현안이 급하다며 임시국회를 열어놓고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해 국회를 공전시키는 추태를 반복하니 참으로 딱하다. 티격태격하는 사안을 보니 여야가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그렇게 다툴 일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수준 낮고 질 떨어지는 정치력으로 국회가 어떻게 개헌 등의 큰 과제를 풀어 가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여야가 충돌하는 최전선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법(공수처법)과 방송법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관심사항이자 권력기관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법을 이번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것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두 법안 모두 입법 필요성이 제기돼 오랫동안 논의돼 왔던 것이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할 만큼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각각 13명으로 늘려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씩 추천토록 하되 사장은 이사진 3분의 2 찬성으로 선출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검토를 요청했다며, 또 한국당은 국회의원 비리 등을 수사대상에 넣은 공수처법이 야당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우려와 지적은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를 개점 휴업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방송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16년 7월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야 3당 합의로 제출한 것이다. 또 공수처법은 한국당이 정권의 충견이라고 비판해 온 검찰 권력을 쪼개는 내용이다.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사안이지, 삿대질하며 국회를 보이콧할 일은 아니다.
이 와중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제 "국회가 위헌 상태의 국민투표법을 조속히 개정해 개헌의 진정성과 의지를 보여 달라"며 대통령 명의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타이밍과 절차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국정과제에만 몰두해 설득과 타협 등 정치 프로세스를 소홀히 한다는 얘기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을 비난하며 "내각제 주장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고 말했다. 한국당뿐아니라 국회 전체가 지금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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