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도입하는 외국인선수의 키 제한 규정을 놓고 팬들 원성이 자자하다. 불과 1~2㎝ 차이로 이 규정에 걸려 국내 리그를 떠나야 하는 외국인선수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이 결정이 리그 수준을 퇴행시킬 ‘악법’이라는 여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KBL은 지난달 5일 이사회를 열고 2018~19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신장 기준을 장신은 200㎝ 이하, 단신은 186㎝ 이하로 확정했다. 이전까지 장신 선수는 193㎝만 넘으면 아무리 커도 상관 없었는데, 이번에 기준을 손질하면서 ‘상한선’을 둔 것이다. 현재 국내 프로리그는 각 팀마다 장신 1명, 단신 1명의 외국인 선수를 둘 수 있다.
KBL 측은 기준 변경을 통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평균 득점 향상,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뀐 기준 탓에 올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도 리그를 떠나야 할 외국인선수들이 생기면서 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규정 변경의 대표적인 희생양은 안양 KGC인삼공사의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36)이다. 지난 시즌 평균 득점(25.7), 블록(11.1) 1위를 기록하며 맹활약한 그는 신장 기준을 불과 2㎝ 초과하면서 국내 리그에서 짐을 싸게 됐다. 사이먼은 지난 2일 KBL이 경력 외국인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체 측정에서 키가 202.2㎝로 나왔다. 그는 구단 측 조언에 따라 이날 오후 키를 한 차례 더 측정했지만 1차 측정 때와 비슷한 202.1㎝가 나오면서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리그 수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m 이상 ‘빅맨’들의 국내 진입이 원천 차단되면서 개별 팀은 물론, 리그 전체 수준이 해외 리그와 비교해 때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난의 화살은 오는 6월 퇴임하는 김영기 KBL 총재로 향하고 있다. 이번 규정을 관철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시대착오적인 KBL 운영방침에 대해 청원한다’는 제목으로 김 총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총재의 독자적 판단으로 리그를 망치려 하고 있다”며 “팬들 요구에도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제도는 꼭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4일 오후 2시 기준 450명이 참여했다. KBL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번복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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