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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는 2m 넘으면 안 돼” 황당 규정에 뿔난 농구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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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는 2m 넘으면 안 돼” 황당 규정에 뿔난 농구 팬들

입력
2018.04.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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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GC 사이먼(가운데)이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GC 사이먼(가운데)이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도입하는 외국인선수의 키 제한 규정을 놓고 팬들 원성이 자자하다. 불과 1~2㎝ 차이로 이 규정에 걸려 국내 리그를 떠나야 하는 외국인선수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이 결정이 리그 수준을 퇴행시킬 ‘악법’이라는 여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KBL은 지난달 5일 이사회를 열고 2018~19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신장 기준을 장신은 200㎝ 이하, 단신은 186㎝ 이하로 확정했다. 이전까지 장신 선수는 193㎝만 넘으면 아무리 커도 상관 없었는데, 이번에 기준을 손질하면서 ‘상한선’을 둔 것이다. 현재 국내 프로리그는 각 팀마다 장신 1명, 단신 1명의 외국인 선수를 둘 수 있다.

KBL 측은 기준 변경을 통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평균 득점 향상,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뀐 기준 탓에 올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도 리그를 떠나야 할 외국인선수들이 생기면서 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규정 변경의 대표적인 희생양은 안양 KGC인삼공사의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36)이다. 지난 시즌 평균 득점(25.7), 블록(11.1) 1위를 기록하며 맹활약한 그는 신장 기준을 불과 2㎝ 초과하면서 국내 리그에서 짐을 싸게 됐다. 사이먼은 지난 2일 KBL이 경력 외국인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체 측정에서 키가 202.2㎝로 나왔다. 그는 구단 측 조언에 따라 이날 오후 키를 한 차례 더 측정했지만 1차 측정 때와 비슷한 202.1㎝가 나오면서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키를 재고 있는 안양 KGC 사이먼.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키를 재고 있는 안양 KGC 사이먼. 연합뉴스

때문에 리그 수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m 이상 ‘빅맨’들의 국내 진입이 원천 차단되면서 개별 팀은 물론, 리그 전체 수준이 해외 리그와 비교해 때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난의 화살은 오는 6월 퇴임하는 김영기 KBL 총재로 향하고 있다. 이번 규정을 관철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시대착오적인 KBL 운영방침에 대해 청원한다’는 제목으로 김 총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총재의 독자적 판단으로 리그를 망치려 하고 있다”며 “팬들 요구에도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제도는 꼭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4일 오후 2시 기준 450명이 참여했다. KBL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번복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규정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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