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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펀치 오가는 미ㆍ중 무역분쟁, 유탄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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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펀치 오가는 미ㆍ중 무역분쟁, 유탄 조심해야

입력
2018.04.04 17: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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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연일 강력한 관세폭탄을 터트리며 무역 분쟁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500억달러 상당의 1,300개 대상 품목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자동차 항공기 등 500억달러에 달하는 160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양국 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USTR가 이날 발표한 목록은 중국의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들어있는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 단순 제조업을 뛰어넘어 핵심 첨단기술 분야를 석권하려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명목으로 강력한 견제를 하고 나선 셈이다. 이날 발표는 중국 정부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한 30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었다. 중국의 즉각적인 보복조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자동차 등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러스트 벨트’와 ‘팜 벨트’ 지역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다. 특히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물량의 26%(202대)를 중국에 인도했으며, 향후 20년간 7,240대(1조1,000억달러)의 항공기를 중국에 납품할 예정이어서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가볍게 잽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보다 이제는 크게 주먹을 날리는 모양새다. 양측이 상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공언하는 것으로 미루어 무역 분쟁이 확대될 여지도 적지 않다. 양국의 조치는 각각 자국 경제를 해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어 발표대로 진행될지도 다소 의문이다. 물론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양국의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인 우리가 더 걱정이다. 일단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강 관세 폭탄을 피했으나 철강 수출물량 쿼터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개입 제한을 비롯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까지 지난달 말부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히자 EU로 수출 길을 바꾼 철강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연간 30억달러 규모인 EU 철강 수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미중 갈등이 무역 분쟁에 그치지 않고, 북핵ㆍ미사일 문제의 평화해결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다방면으로 고도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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