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불과 1년도 안 돼
비상이냐 추락이냐 다시 심판대
7년 전 후보 양보한 박원순 향해
“그땐 잘할 거라 믿었는데…” 포문
“내가 야권 대표선수” 지지 호소
한국당과 연대엔 일단 선 긋기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6ㆍ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2011년 이후 7년 만의 도전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외부적 환경과 정치적 결단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잃을 게 없었지만 이번엔 정치인생 전부를 걸어야 한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7년 전엔 손을 잡았지만 이제 혈투를 벌여야 할 박 시장의 일터를 마주하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A4용지 9장 분량에 담은 출마의 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의사, 교수, 정보기술(IT) 전문가, 경영인으로 성공한 경험을 서울시를 바꾸는 데 모두 쏟아 붓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직이 다음 선거를 위해 인기 관리하는 자리가 돼서는 혁신할 수 없다”고 박 시장을 향해 견제구도 날렸다. 그러면서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이로써 안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유권자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그 사이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부활했고, 통합반대파(현재의 민주평화당)의 저항에도 국민의당을 깨고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이번에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하자 당의 구원투수로 나왔다. 7년 전 새 정치를 기치로 내세웠던 참신함은 이런 정치 이력으로 인해 지금은 많이 빛이 바랬다는 게 중론이다.
아름답다고 평가 받았던 양보가 이번엔 도리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는 박 시장을 극찬했는데, 지금은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그때는 잘 하실 거라고 믿었다”고 입장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지만 여전히 명분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안 후보의 출마로 서울시장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7일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9.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35.2%를 기록한 박 시장에 크게 뒤지는 기록이다. 낮은 지지율로 인해 결국은 야권연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에게 힘을 모아달라”는 이날 호소를 야권연대에 결부해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보수당과의 2단계 통합은 결단코 없다고 강조했던 그이기에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자기모순이 될 수 있다. 안 후보도 이날 “기득권 양당은 우리가 경쟁하고 싸우고 이겨야 될 대상”이라고 야권연대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관건은 3파전에서 얼마나 표를 확보하느냐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당선되면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고, 아슬아슬하게 패하더라도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했다. 반대의 경우라면 원외인 데다 주요 당직도 맡지 않은 그가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여권 후보들의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꼼꼼히 확인했는데 준비가 잘 안 돼 있다”고 평했고, 박영선 의원은 “서울시장은 대권을 꿈꾸다 중도 포기하거나 실패한 사람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누가 시민의 삶을 잘 챙기고, 서울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지 시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안 후보와의 경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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