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ㆍ매파 외교 체제 재편
취임 2년차 더욱 거칠게 질주
‘무리한 정책’으로 곳곳서 마찰
“워싱턴 시스템 적응 더 자신감”
중간선거 등 지지층 결집 노려
“단기이익 집착하다 부메랑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취임 2년 차 들어 전방위적 외부 때리기로 전개돼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라인은 보호무역주의, 외교 라인은 매파로 재편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브레이크 없이 거칠게 질주해 미국의 대외 관계가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및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추문 등 내부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무리한 대외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외곽 때리기’의 핵심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 부과 방침으로 방아쇠를 당긴 대중 무역 전쟁은 정면 충돌 양상으로 고조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을 뒷받침 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500억 달러(약 54조원) 상당의 관세가 매겨질 1,300개 품목을 제시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발과 의류는 제외했지만 항공우주, 산업로봇, 정보통신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첨단 산업 분야가 주요 목록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전날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다음달 22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어서 당장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의 기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맞불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사흘 연속 계속되는 멕시코 등 중남미 때리기도 점입가경이다. ‘카라반’으로 불리는 온두라스 등 중미 출신 난민들의 행렬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ㆍ나프타)을 폐기하겠다며 멕시코를 위협하더니, 급기야 멕시코 국경장벽이 건설될 때까지 국경 경비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트 3국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장벽을 쌓고 적절한 경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군대로 국경을 지킬 것”이라며 “이는 큰 진전이다”고 주장했다. 군의 구체적 역할과 규모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의회 승인 없이는 민간 법 집행 임무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을 금지한 법률과 상충할 수 있어 위법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주 방위군이 국경에 파견된 전례가 있긴 하지만 민간인 체포 등의 법 집행을 하지 않고 국경순찰대를 지원하는 임무만 수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된 난민들은 주로 내정 불안정에 휩싸인 온두라스인들로 이민 권익 단체의 인도 하에 합법적 망명처를 찾고 있다는 게 이민 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과 범죄가 유입되는 불법 이민 사례로 이들을 부각시키며 멕시코뿐 만 아니라 중미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외부 때리기는 중동으로 번질 태세다. 이란 핵 합의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며 제시한 데드라인(5월 12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모두 이란에 강경한 입장이어서 핵 합의 파기로 중동 정세 전반에 초대형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더욱 격렬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공세는 대중 무역적자 해소, 불법 이민 차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이란 핵합의 파기 등 대선 핵심 어젠다와 직결돼 있다. 후보 시절의 극단적 주장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많았으나 집권 2년 차 들어 더 공세적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첫 해 때는 워싱턴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참모들의 조언과 견제에 주춤했지만 이젠 “대통령직 수행에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측근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이는 자신을 조여오는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해 대선 기간의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에 열광하는 현상) 열기를 되살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자신의 주요 공적으로 치켜세웠던 증시가 무역전쟁 역풍으로 올 들어 10% 가량 추락해 ‘트럼프 슬럼프’가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보복 대상으로 트럼프 텃밭 지역의 농산물을 정조준하고 있어 트럼프 지지계층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대규모 감세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경제계도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단기적인 국익과 정치적 이해에만 집착하다가 자해적 부메랑에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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