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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오징어는 이제 그만… 혼술ㆍ홈술족 유혹하는 안주 간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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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오징어는 이제 그만… 혼술ㆍ홈술족 유혹하는 안주 간편식

입력
2018.04.04 17: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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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간편식 점유율 미미한 대상

안주 카테고리에선 70% 차지

포장마차 메뉴 상품화가 비결

오뚜기 낭만포차, 동원 심야식당

매출 각각 110억, 330억 돌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0대 직장인 박홍근씨는 잦은 야식 때문에 늘어난 체중과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근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저녁 식사량을 줄이고 아내와 술 한잔 나누며 곁들이던 야식도 냉동 안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박씨는 “프라이드치킨이나 돼지족발 등 배달 야식보다 메뉴도 다양하고 비용 지출과 섭취 칼로리도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 회식 문화가 간소하게 바뀌고 퇴근 후 집에서 술을 즐기는 혼술(혼자 술 마시기)ㆍ홈술(집에서 술 마시기)이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 가운데 안주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4일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올해 안주 간편식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로 지난해(494억원)보다 2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3조원에 이르는 간편식 시장에서 안주 비중은 1.7% 수준에 불과하지만 1, 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안주 간편식 시장은 대상 청정원이 주도하고 있다. 간장 고추장 등 장류와 소스, 김치 등을 주력으로 하는 대상은 전체 간편식 시장에선 5위 안에도 들지 못하지만, 안주 간편식에서만큼은 지난해 점유율이 70%에 육박할 만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대상의 이 같은 성공은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낸 결과다.

김근애 대상 냉동HMR팀 차장은 “신제품 개발 아이템을 찾고 있던 사내 마케터가 대형마트에서 우연히 '포장마차 안주가 간편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의견을 듣고 개발에 착수해 내놓은 것이 대상의 안주 브랜드 ‘안주야’ 제품”이라며 “소비자 조사를 통해 혼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명 술집 안주를 찾아다니던 중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장마차 안주의 인기를 확인한 뒤 제품 콘셉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주 간편식에 대한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은 대상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안주야’의 ‘무뼈닭발’ ‘매운껍데기’ ‘불막창’ 3종은 광고 등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SNS 등을 타고 입소문이 퍼지며 품귀현상을 빚었다. 안주야 제품은 출시 첫해인 2016년 6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매출은 5배 이상 확대된 337억원을 기록하며 대상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상은 ‘마늘근위’ ‘매콤두루치기’ ‘주꾸미볶음’ ‘오삼불고기’ 등을 추가하고 맥주 안주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존 안주 제품과 간편식 제품, 배달 음식 사이의 틈새시장이라 할 만한 포장마차 안주를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고 평했다.

식사류 간편식 제품에 열을 올리던 업체들도 지난해 하나둘 안주야 성공에 자극받아 안주 간편식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낭만포차’, 사조대림은 ‘수제직화 매콤안주’, 동원F&B는 ‘심야식당’ 등 안주 브랜드를 만들어 속속 신제품을 내놓았다. 수요가 많다 보니 후발 주자들의 실적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7월 안주 브랜드 심야식당을 만들어 신제품을 내놓은 동원F&B는 7개월 만인 올 2월 누적 매출액 110억원을 돌파했다. 동원F&B는 올해 심야식당 매출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과자, 육류, 건포견과류, 치즈 등이 대부분이던 맥주ㆍ와인 안주도 간편식과 함께 다양해지고 있다. 아워홈은 올 초 ‘혼술&’ 브랜드를 만들어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퀘사디아 안주를 출시했다. 간편식 시장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은 기존 간편식 가운데 와인과 어울릴 만한 제품을 안주용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안주 간편식 시장은 형성 초기부터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전체 간편식 시장을 이끌어 갈 주요한 제품군으로 부상했다”며 “1, 2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이에 따라 혼술ㆍ홈술 인구도 늘고 있어서 안주 간편식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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