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막후 중재자로 활동했던 화교 출신의 미국 여류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천샹메이(陳香梅)가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 천샹메이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워터게이트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고인의 딸 천메이리(陳美麗)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어머니가 최근 합병증으로 고생했다”고 밝혔다. 천샹메이는 태평양 전쟁과 항일전쟁에 참전한 클레어 리 첸노트(1893∼1958년) 미국 공군 중장의 부인이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특사로 방중해 덩샤오핑(鄧小平)과 회담했다.
1925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천샹메이는 19세인 1944년 중앙통신 기자 때 취재 중 중국 항일전쟁을 지원하던 미국 공군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sㆍ飛虎隊)’ 대장인 첸노트를 만나 1947년 결혼했다.
영어에 능통한 천샹메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남편을 따라 워싱턴에 정착했으며 이후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 의뢰로 백악관에 들어가 무역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백악관에 입성했다.
1965년 중앙통신의 해외 특파원을 맡아 74세 때인 1999년까지 44년 동안 활약했는데, 외숙부로 중국 해외 통일전선 공작과 화교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랴오청즈(廖承志)과의 인척 관계를 활용해 양안 사이의 밀사 역할을 수행했다.
천샹메이는 또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시기에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찾아 양국 관계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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