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영업에도 수천억 이익
공정위, 불공정 조항 시정명령
‘해킹으로 인해 고객이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회원들과 맺은 약관엔 이러한 불공정 조항이 담겨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는 4일 가상화폐 거래소 12곳의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1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발견해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시정권고 대상은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 두나무(업비트) 리너스(코인레일) 이야랩스(이야비트) 웨이브스트링(코인이즈) 코인플러그(Cpdax) 씰렛(코인피아) 코빗 코인코 코인네스트 코인원 등이다. 공정위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개 거래소 모두 지나치게 광범위한 면책조항을 두고 자사의 중대한 과실에 따른 책임마저 고객에게 전가해 왔다. 이들은 약관에 ▦분산서비스거부(DDoSㆍ디도스) 공격이나 회원 PC에 대한 해킹 ▦가상화폐 발행관리 시스템 또는 통신서비스 업체의 서비스 불량 등으로 고객이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3자의 디도스 공격이나 해킹 등에 따른 고객 손해에 거래소 자체 보안시스템의 하자, 서버부실, 직원의 관리소홀 등이 개입돼 있다면 거래소가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하다”며 해당 조항은 무효라고 밝혔다.
또 빗썸, 업비트 등 거래소 7곳은 출금액이 과도하거나 회사 운영정책이라는 포괄적ㆍ자의적 사유로 결제ㆍ입금ㆍ출금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시켰다. 배현정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결제 입금 출금 환전 등은 가상화폐 거래서비스의 본질적인 내용이므로 이에 대한 제한 사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이러한 행태는 지난해 투기 광풍으로 배짱영업에도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날 비덴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334억원, 당기순이익은 4,2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매출이 43억원, 당기순이익이 2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매출은 77배, 당기순이익은 171배 커진 셈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 두나무 지분 22.3%를 보유한 카카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액은 2,114억원, 당기순이익은 1,093억원을 기록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24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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